계약 형태 따라 수억원 격차 … 같은 단지서도 갱신·신규 전세 양극화서울 못 버티자 경기로 이동 … 남양주·고양·광명·구리 매수세 집중서울 전셋값에 대출 더하면 경기 신축 … 서울 전세가 밀어낸 내 집 마련
  • ▲ 서울 아파트 전경.ⓒ뉴데일리
    ▲ 서울 아파트 전경.ⓒ뉴데일리

    서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도로 밀려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눌려 있던 보증금이 만기 이후 신규 전세 시세로 뛰면서 서울 거주를 이어가기 위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남권 고가 단지는 물론 강북권 중저가 단지에서도 갱신·신규 계약 간 격차가 벌어지자, 서울에 남지 못한 세입자들이 고양·광명·남양주 등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2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4월 경기도 집합건물을 매수한 서울 거주자는 1만1614명으로 직전 3개월보다 832명 증가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경기권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서울 접근성과 정주 여건을 갖춘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간 모습이다.

    이처럼 서울 거주자들의 이동 배경에는 서울 전세시장의 갱신·신규 계약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1월 16일 갱신 전세가 17억3000만원에 체결된 반면 같은 날 신규 전세는 21억원에 계약됐다. 같은 면적에서도 계약 형태에 따라 보증금 차이가 3억7000만원까지 벌어졌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지난 1월 12일 갱신 전세가 11억250만원에 체결됐지만, 같은 달 17일 신규 전세는 13억원에 거래됐다. 성북구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 84㎡는 지난 4월 30일 갱신 전세가 5억9850만원에, 5월 5일 신규 전세가 8억2000만원에 체결됐다. 강남권 고가 단지뿐 아니라 강북권 중저가 단지에서도 갱신 만기 이후 수억원대 보증금 격차가 확인됐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권 이동은 서울과 맞닿아 있거나 출퇴근 동선이 비교적 뚜렷한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 2~4월 서울 거주자의 경기 집합건물 매수자는 남양주시가 87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양시 739명 △광명시 698명 △구리시 605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북권은 남양주·구리, 서북권은 고양, 서남권은 광명으로 이어지며 권역별 대체 주거지가 나뉘는 흐름이다.

    특히 광명시는 직전 3개월 48명에서 698명으로 서울 거주자 매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접근성과 신축 주거환경,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부담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명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전세를 연장하려면 보증금을 크게 올려줘야 하다 보니 차라리 대출을 보태 이쪽 매수를 알아보는 문의가 늘었다"며 "마포·영등포·구로 등 서울 서남권에서 넘어오는 실거주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대도 서울 이탈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고양시 덕양구 덕은지구 DMC한강자이더헤리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주요 지역 전세 보증금에 일부 자금을 보태면 경기권 신축 매수로 갈아탈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전세를 계속 유지할지, 경기권 자가로 전환할지를 놓고 세입자들의 계산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다만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대신 통근 부담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권으로 밀려난 수요 상당수는 직장과 생활 기반을 서울에 둔 경우가 많다. 고양·광명·남양주 등 서울 접경 지역은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 광역버스 대기와 철도 혼잡, 민자철도·광역버스 이용에 따른 교통비 부담이 함께 따라붙는다.

    서울 전세 수요가 경기권으로 옮겨가면서 서울 접경 지역의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수요가 고양·광명·남양주 등 준서울 지역에 집중되면서 이들 지역 전셋값과 매매가격도 함께 움직이는 분위기다. 서울 전세난이 경기권 주거비와 통근 부담으로 옮겨 붙는 구조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세시장의 핵심은 갱신 계약으로 지연됐던 가격 조정분이 신규 계약에서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서울 전세를 유지하려는 세입자는 추가 보증금 부담을, 경기권으로 이동하는 세입자는 통근 시간과 교통비 부담을 떠안게 되는 이중 압박 구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