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서 5·18 유가족·광주시민 등 대국민 사과스타벅스 대표 보고까지 거쳤지만 내부 필터링 작동 안 해광주 사과 방문 검토 … 불매 확산에 매출 영향도 인정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서성진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서성진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논란 직후 대표를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낸 데 이어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죄하고 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까지 내놓으며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5·18 단체와 광주시민을 직접 찾아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시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안 세 차례 허리를 굽혔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사과는 논란의 책임을 실무진이나 계열사 차원에만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도 "계열사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사안이지만 정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은 그룹 회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라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사태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재발 방지 대책과 그룹 전체 구성원의 역사 의식 제고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서성진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서성진 기자
    ◇ 스타벅스 대표까지 보고된 탱크데이 … "내부 필터링 작동 못했다" 잘못 인정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의 원인으로 내부 검수 체계의 부실을 지목했다. 탱크데이 마케팅은 커머스팀에서 기획된 뒤 담당 임원과 본부장, 대표이사 보고를 거쳐 진행됐지만 이 과정에서 역사적 맥락이나 사회적 민감성을 따져 묻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전 부사장은 "최초 기획자가 실수했더라도 위로 결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필터링 기능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 점을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행사 기획부터 대표이사 보고까지 이어진 의사결정 과정도 공개했다. 일부 합의자가 첨부파일을 열람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점, 법무팀 검증 절차가 빠진 점, 일부 직원의 휴대폰 제출 거부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까지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인한 사실과 확인하지 못한 대목을 구분해 밝힌 셈이다.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신세계그룹은 행사 기획에 관여한 직원들을 상대로 사내 메일과 업무용 노트북, 메신저 기록 등을 확인하고 관련자 면담을 진행했지만 사전 모의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직원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적 대화까지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를 단순 실무진의 실수로만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안 발생 당일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고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가 확인될 경우 해당 임직원에게 해고를 포함한 징계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향후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역사적 민감성을 반영한 검수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부사장은 정 회장이 광주를 직접 찾아 5·18 단체와 시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향후 적절한 시점에 내려가는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적절한 시점이 되면 광주 현장 방문이라든가 공개적인 의사 표명을 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부 절차를 지켜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아직까지도 못 밝힌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 ▲ 신세계그룹 임원진 ⓒ서성진 기자
    ▲ 신세계그룹 임원진 ⓒ서성진 기자
    ◇ 핵심 수익원 스타벅스 흔들 … 불매·매출 리스크 현실화

    신세계그룹이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높은 실적 기여도도 자리한다. 그룹 내 핵심 수익원 중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장기화할 경우 실적뿐 아니라 그룹 평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조238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24, 신세계푸드, SSG닷컴 등 연결 자회사 중 매출 비중은 22.3%로 가장 크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8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고 매출 비중은 25%로 확대됐다. 1분기 영업이익 역시 293억원으로 연결 자회사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탱크데이 논란 이후 후폭풍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을 넘어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불매 움직임이 번지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제품 폐기나 이용 중단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이어지고 있다.

    전 부사장은 "매출을 따질 상황은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매출 감소가 있다"며 "다만 그 부분보다 이번에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의 치유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거론됐다. 신세계그룹은 현재로서는 해당 사안이 계약상 귀책 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 부사장은 "글로벌 본사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있고 조사 상황과 조치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 논란을 넘어 기업의 역사 인식과 내부통제 수준을 드러낸 문제"라며 "정 회장이 직접 책임을 인정하고 조사 결과를 공개한 만큼 아으로는 재발 방지책이 실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체계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서울 한 스타벅스 매장에 게재된 사과문 ⓒ김보라 기자
    ▲ 서울 한 스타벅스 매장에 게재된 사과문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