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이틀 만에 97.5% 소진 … 금융당국, 2차 공급 방안 검토 뉴딜·녹색펀드 열어보니 마이너스 … 우량 기업 선별 역량 중요李, "운용사 잘하면 인센티브 제공 … 수익률 공개해 압박 촉진"
  •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출시 이틀 만에 전체 배정 물량의 97.5%가 소진되며 사실상 완판을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인기에 금융당국은 2차 판매 물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흥행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익이 은행 이자 정도로 나오면 곤란하다. 운용을 잘해야 한다"며 펀드의 실질적인 수익률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한 초기 흥행을 넘어 장기적인 투자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 정권 바뀌면 동력 사라지는 정책펀드 … 수익률도 '곤두박질'

    시장의 기대감과 동시에 과거 정책펀드들의 뼈아픈 결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만 맞춘 하향식 테마 투자는 장기적인 수익성 방어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심 차게 출범했던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총 2000억원 규모로 조성돼 국민성장펀드와 마찬가지로 일반 투자자가 선순위, 정부 재정이 후순위로 참여하는 손실 방어 구조형 펀드였다. 당시 디지털·그린뉴딜이라는 국가 전략에 힘입어 출시 초기에 완판됐다.

    하지만 정책펀드의 가장 큰 맹점인 '정권 리스크'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관련 예산안이 대폭 삭감됐고, 펀드의 명칭 역시 '혁신성장펀드'로 통폐합되며 사실상 정책 동력을 상실했다. 수익률 성적표는 더 참담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산 시점을 맞은 10개 자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44%로 집계됐다. 특히 '타임폴리오혁신성장그린 뉴딜일반사모투자신탁'의 경우 손실률이 -6.2%에 달했다. 그나마 정부 재정이 손실을 떠안으면서 일반 투자자 수익률은 연 2.37% 수준으로 방어됐다. 사실상 '예금형 펀드'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녹색펀드'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책적 드라이브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과 관련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겹치며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역대 정책펀드들이 집권 초기에는 국가 성장 전략과 맞물려 강력한 자금 동력을 확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징크스를 반복해 온 셈이다.

    ◇ '환매 불가' 5년 묶이는 자금 … 관건은 자산운용사의 '옥석 가리기'

    이번 국민성장펀드 역시 산업 트렌드의 변화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재와 같은 AI 투자 열풍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글로벌 산업 지형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펀드가 타깃으로 삼은 '미래 전략 산업'이 5년 뒤 과연 어떤 결과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결국 펀드의 최종 성패는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의 역량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단기적인 테마에 매몰되지 않고,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깐깐하게 선별해 내는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이 향후 5년의 수익률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실제로 자산운용사나 벤처캐피탈(VC)이 우량 기업을 초기에 발견해 큰 수익을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초기투자 전문 VC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는 배달 플랫폼의 잠재력을 조기에 파악하고,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극초기 단계에 3억원을 투자해 8년만에 2993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번 위탁운용사 선발심사에 이름을 올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역시 2016년 기업가치 500억원 수준이던 두나무(업비트)의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매년 30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초기 투자 사업인 만큼, 기업의 떡잎을 알아보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운용사의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통령 역시 운용력과 관련해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수시로 수익률을 공개하든지 압박해서 경쟁을 확실히 촉진해야겠다"며 "운용을 잘하면 정부의 재정 집행이나 정책 금융 등에 인센티브를 주든지 하는 것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제언했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수익률 공개로 감시망이 촘촘해지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제공된다면, 운용사들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몰리는 정책펀드 특성상 투자금을 노리는 기업들도 난립할 우려가 크다"며,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을 뚫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알짜 기업을 걸러내는 자산운용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