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 임상 2건 조기 종료 … 사업 무게 중심 변화약가 보상 제한 속 개발 부담 확대 … '선택과 집중' 전략세종공장 자동화 효과 … 수익구조 개선-현금창출력 강화"공격적 R&D보다 안정적 현금창출구조가 우선되는 환경"
  • ▲ 세종시 소재 신신제약 세종공장. ⓒ신신제약
    ▲ 세종시 소재 신신제약 세종공장. ⓒ신신제약
    [편집자주] 개량신약과 제네릭, DDS(약물전달시스템)는 한때 중소제약사의 대표 성장 사다리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상 부담 확대와 약가 메리트 축소, 경쟁 심화 등이 겹치면서 과거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 역시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현금흐름과 수익구조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뉴데일리는 [사라진 성장 사다리 … 중소제약사의 생존법] 시리즈를 통해 달라진 중소형 제약업계의 생존 전략과 산업구조 변화를 짚어본다. 

    수익구조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신제약이 추진하던 개량신약 임상 2건을 조기 종료했다. 세종공장 자동화와 공정 효율화로 실적 체력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만, 임상 개발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무게 중심이 다시 본업인 OTC(일반의약품)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 임상 실패로만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소제약사들이 마주한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이다. 개량신약 개발비용은 커지고 있지만, 약가와 수익보장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 공격적인 연구개발보다 수익성 방어를 우선 고려하는 산업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량신약은 더 이상 중소형 제약사의 '역전 카드'가 아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신제약은 과민성 방광 치료제 'UIP-620'의 임상 3상과 불면증 치료 패치 'SS-262'의 임상 1상을 모두 조기 종료했다.

    표면적으로는 파이프라인 재정비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UIP-620에 대해 "적응증 특성상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시험 대상자와 임상 운영 자원이 필요함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SS-262 역시 시장 환경 변화와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을 재검토한 결과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임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다만 UIP-620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공동개발 가능성을 열어뒀고, SS-262 역시 확보한 제형 기술과 특허를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단순히 개발을 중단했다기보다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과정"이라면서 연구개발 자체는 지속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 시선은 다르다. 문제는 현금흐름이라는 것이다. 최근 개량신약 시장은 개발 난도가 높아지고 임상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험약가 메리트는 갈수록 제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약가 통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중소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장기간 자체 임상을 버틸 유인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개량신약 하나만 성공해도 기업 체질을 바꿀 수 있었다. 중소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성장 사다리'나 다름없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과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로수젯' 등 개량·복합신약은 처방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회사 체질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같은 전략을 반복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개량신약 하나만 성공해도 높은 약가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투자 대비 회수구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중소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결국 본업에서 안정적인 현금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신제약처럼 OTC 기반 기업은 더 현실적인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흔들리면 임상 자체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이 부족한 중소형 제약사는 자체 임상 확대보다는 공동개발이나 선별적 전략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신신제약의 영업실적과 재무제표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신신제약의 1분기 매출은 301억원으로 전년동기 253억원에 비해 1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억원에서 31억원으로 149%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10.5%까지 치솟으면서 1분기 기준 최근 10년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연구개발비(6억원)는 전년동기 9억원에 비해 27.5% 감소했고, 연구개발비 비중 역시 3.66%에서 2.22%로 낮아졌다. 차입금의존도(52.9%)와 부채비율(83.9%)은 최근 8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신신제약은 지금 '개발 확대'보다 '수익구조 안정화'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실제 본업에서의 현금창출력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기존 안산공장을 정리하고 세종공장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한 이후 첩부제 생산라인 자동화와 공정 효율화를 진행했다. 주력 품목인 '신신파스 아렉스' 생산라인 확대와 도포·절단 공정 개선, 설비 오버홀(overhaul) 등으로 수율과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OTC 기반 직거래 구조 역시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신제약은 전국 1만3000여개 약국 직거래망을 기반으로 첩부제와 외용액제 중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창출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먼저 필요한 것은 신약보다 현금흐름이었다.

    증시에서도 신신제약을 공격적인 R&D 성장주보다 안정적인 OTC 현금창출기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임상 종료 공시 이후 주가는 조정을 받았지만, 바이오텍 특유의 급격한 투매 양상보다는 개량신약 기대 프리미엄 일부를 덜어내는 흐름에 가까웠다.

    결국 중소형 제약사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자체가 기업가치로 연결됐다면 최근에는 임상을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과 캐시카우 확보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제약사들은 파이프라인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현금흐름 방어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파이프라인 숫자가 아니라 임상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