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4조→2조→1.4조→5000억? … 흔들리는 홍콩 ELS 제재 셈법소비자보호·소송전·시장충격·포용금융 … 금융위 앞에 놓인 4개의 선택지은행권 1.3조 자율배상에도 추가 과징금 검토,"사실상 이중제재" 논란공동소송·포용금융 충돌 부담까지 … 어느 쪽 선택해도 후폭풍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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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결론이 수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당초 4조원대에서 시작된 과징금 규모가 2조원, 1조 40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최근에는 5000억원 안팎까지 거론되면서 금융당국 내부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단순 불완전판매 제재를 넘어 소비자보호와 시장 안정, 소송 리스크, 새 정부 금융정책까지 한꺼번에 얽히면서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4중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에서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제재안을 논의했지만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보완이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에 수정·보완을 요청했다. 최종 의결 단계에서 제재안을 되돌려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홍콩 ELS를 둘러싼 금융위 고민은 ▲소비자보호 원칙과 제재 정당성 ▲은행권 자본부담과 시장 충격 ▲은행권 공동소송 가능성 ▲새 정부 포용금융 정책과의 충돌 등 크게 네 갈래로 압축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불완전판매 제재라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향후 유사 사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을 보다 정교하고 엄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문제는 제재 원칙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총 16조 300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8조 1972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 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 1310억원, 하나은행 2조 1183억원 순이다. 은행권은 이미 약 1조 3000억원 규모 자율배상을 진행했고 관련 충당금도 상당 부분 반영했다.그런 상황에서 추가로 수천억원대 또는 1조원 안팎 과징금까지 부과될 경우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이중 제재'라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과징금 규모는 계속 흔들려 왔다. 금감원은 당초 약 4조원 수준을 검토했지만 지난해 11월 약 2조원 수준으로 낮춰 사전 통보했고, 올해 2월에는 다시 1조 4000억원 수준으로 감경한 제재안을 금융위에 넘겼다. 최근에는 5000억원 안팎까지 추가 감경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관측도 나온다.금융권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계속 낮아지는 흐름 자체가 금융위의 부담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반응이다. 설령 과징금이 대폭 낮아지더라도 은행권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최근 법원이 일부 홍콩 ELS 소송에서 은행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은행권 내부에서는 과징금 수용 시 경영진 책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일부 은행들은 공동 의견 제출과 함께 행정소송 가능성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이사 충실의무 강화 기조까지 겹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외이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보다 법리와 선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한 곳이 소송에 나서면 다른 은행들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금융위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새 정부 금융정책과의 충돌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통해 은행·보험권 자본규제 완화로 최대 98조 7000억원의 추가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첨단산업 지원과 국민성장펀드, 취약차주 지원 확대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하지만 동시에 홍콩 ELS 과징금으로 은행권 자본 부담을 키울 경우 정책 방향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 확대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다.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자산 취급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은행권에서는 ELS 판매 전략 자체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면 판매 재개보다는 거점 점포 중심 제한 판매나 증권사 채널 활용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수익성은 남아 있지만 민원과 제재 리스크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사실상 '팔수록 부담되는 상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결국 금융위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과징금을 크게 낮추면 '봐주기 제재' 비판이 뒤따를 수 있고, 반대로 강경 제재를 밀어붙이면 은행권 소송전과 시장 충격, 정책 충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는 단순 불완전판매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보호와 금융회사 책임, 자본규제, 포용금융 정책이 한꺼번에 얽힌 사안"이라며 "금융위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 이 네 가지 딜레마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