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깨지면 사회가 깨진다" … 치매, 환자 넘어 가족 전체의 질병국내 25개 기관서 임상 진행 … 한국 환자 200명 참여한 대규모경구용 치료제 순응도 주목 … 3상 연장시험 참여율 95% 달해3상 막바지 단계 … 오는 9~10월 중 톱라인 데이터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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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아리바이오 부사장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아리바이오 본사에서 만나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상병자(진료 인원) 기준으로는 이미 120만명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집계되지 않은 잠재적 치매 환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치매환자가 2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하지만 치매 치료제 시장은 아직 미충족 수요가 크다. 질환 진행 억제를 목표로 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가 출시됐음에도 높은 가격과 정맥 주사라는 한계로 인해 환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기존 증상완화제만으로는 질환 진행을 늦추는 데 제한이 있어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글로벌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치매의 근본원인이 다중요인인만큼 난항을 겪고 있다.이 시장에 국내 기업인 아리바이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리바이오는 PDE-5 억제제 계열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영국, 중국, 한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1500명 이상 환자가 참여한 글로벌 임상 3상(POLARIS-AD)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 오는 9~10월 중 톱라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뉴데일리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아리바이오 본사에서 김나경 아리바이오 부사장을 만나 AR1001의 임상 현황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김나경 부사장이 AR1001 임상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약의 과학적 기전이 아니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겪는 일상의 붕괴였다.김 부사장은 "가정이 깨지면 사회가 깨진다"고 강조했다. 치매는 환자 한 명의 질병으로 끝나지 않는다. 환자의 기억과 인지 기능이 무너지면 배우자와 자녀의 일상도 함께 흔들린다. 가족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과 생활 방식을 바꾸고 환자의 증상이 진행될수록 돌봄 부담은 점점 커진다.그는 "엄마가 아프면 집 안의 해가 빛을 잃는 것과 같다"며 "아빠도, 아이들도 슬퍼하며 온 가족이 슬픔에 빠진다"고 말했다. 치매가 한 가정의 중심을 흔드는 질환이라는 의미다.처음에는 가족들이 환자를 집에서 돌보려 한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초기에는 데이케어센터를 오가며 버틴다. 배우자나 자녀가 아침에 환자를 데려다주고 저녁에 다시 데려오는 생활이 이어진다. 그러나 병이 점차 진행될수록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결국 요양원 입소를 고민하게 된다.김 부사장은 이 순간이 가족에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요양원에 모실 때 가족들은 '버린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운다"며 "환자가 잠깐 정신이 돌아올 때는 '나 집에 갈래', '나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 본인도 낯선 공간에 대한 불안과 집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가족은 그 말을 들으며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김 부사장에게도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그는 장녀로서 어머니가 치매를 겪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날 자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집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일상의 기본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을 가족으로서 겪었다.김 부사장은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어머니 약을 타러 갔다가 뒷산에 올라가 혼자 울었던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힘들어진다"며 "일부 가족들은 환자를 보며 20년 뒤 내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그가 AR1001 임상을 단순한 회사 프로젝트로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부사장은 2023년 1월 아리바이오에 합류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4년간 일하며 허가·심사 업무를 담당한 약사 출신 전문가다. 아리바이오에서는 AR1001의 국내 임상 관리에 참여했다.김 부사장은 "저는 한국 임상 쪽 관리 역할을 맡았다"며 "임상 3상 시점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AR1001 임상을 환자와 가족이 붙잡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봤다. -
- ▲ 김나경 아리바이오 부사장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아리바이오 본사에서 만나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치매 환자 가족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임상 … 국내 25개 기관서 200명 참여국내 임상 참여 과정에서도 환자 가족의 절박함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아리바이오는 국내 임상에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임상시험 참여 포털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았다. 포털에 AR1001 임상시험 참여 배너 등을 통해 환자나 보호자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설문과 선별 절차를 거쳐 의료기관으로 연결되는 방식이었다.김 부사장은 "아픈 부모님이 임상을 직접 신청하기는 어렵다"며 "대부분 자녀들이 부모님을 위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일부 가족들은 '이거라도 해보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임상 참여를 알아봤다. 신청 과정 자체가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는 부모를 위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었다.기억에 남는 사례도 있다. 해외에 거주하던 김 부사장의 지인은 한국에 들어왔다가 어머니의 인지 기능이 갑자기 떨어진 것을 느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던 상황에서 AR1001 임상 참여 신청을 안내받았다.김 부사장은 "그분이 '내가 엄마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며 "임상시험 참여 신청 자체가 가족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이자 위안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국내에서는 25개 기관에서 200명의 환자가 AR1001 글로벌 임상 3상에 참여했다. 글로벌 임상에서 한국 환자에게 이 정도 규모의 참여 기회가 열린 것은 아리바이오가 한국 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김 부사장은 "글로벌 임상에서 한국 시장은 작기 때문에 보통 많은 환자 수를 배정받기 어렵고 많아도 두자릿 수를 넘기기가 힘들다"며 "아리바이오가 한국 회사였기 때문에 국내 환자 200명이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알츠하이머병 임상은 환자 모집과 선별 기준이 까다롭다. 인지 기능 상태, 동반 질환, 검사 결과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스크리닝을 통해 실제 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환자는 신청자의 대략 3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목표 환자 수를 채웠다. 의료기관의 참여 의지와 환자·가족들의 관심이 맞물린 결과다. 김 부사장은 "국내 교수진과 의료기관의 수준이 높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환자 접근성이 좋은 점도 있었다"며 "25개 기관을 통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국내 목표 환자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연장시험 참여율 95% … 중도 탈락률은 10% 불과AR1001 임상에서 주목할 수치는 연장시험 참여율이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AR1001 임상 3상에서 투약을 마친 뒤 연장시험에 참여한 환자는 95%를 넘었다.연장시험은 본 임상 이후 추가로 시험약을 투여하는 과정이다. 본 임상에서는 시험약과 위약이 무작위로 배정된다. 이중 맹검 방식이기 때문에 환자도 의료진도 누가 실제 약을 복용하는지 알 수 없다. 반면 연장시험에서는 기존 위약군 환자도 실제 시험약을 투여받는다.김 부사장은 연장시험 참여율을 효능으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했다. 임상시험은 마지막까지 맹검이 유지돼야 하고 최종 평가는 톱라인 데이터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임상의 가장 기본은 이중 맹검"이라며 "의사도 환자도 실제 약을 먹는지 위약을 먹는지 몰라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연장시험 참여율이 높다는 것은 임상 지속 의지와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특성상 보호자의 동행과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임상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김 부사장은 AR1001이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도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봤다. 현재 허가된 항체 치료제는 정맥 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고령 환자가 병원에 가려면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고 투약 이후에도 일정 시간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부담이다.김 부사장은 "어르신이 아침마다 한 알씩 먹는 것과 보호자가 모시고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를 맞고 한참 지켜봐야 하는 것은 다르다"며 "하루 한 알 복용 방식은 환자 순응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중도탈락률도 일반적인 임상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보통 임상에서는 20% 정도를 평균 중도탈락률로 보는데 AR1001 임상은 절반인 10% 수준이었다"고 말했다.임상 운영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임상 3상을 "돈의 블랙홀"이라고 표현했다. 임상 3상은 환자 모집과 투약, 기관 운영, 데이터 관리, 국가별 절차 대응 등 모든 단계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처럼 장기 관찰이 필요한 질환은 비용 부담이 더 크다.김 부사장은 "작은 회사가 글로벌 임상 3상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임상 사이트에 비용이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 병원과 연구자들에게서 연락이 이어졌다"고 말했다.자금 조달은 회사 전체의 과제였다. 아리바이오는 상장 지연과 기술성평가 탈락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임상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식의 자금 조달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삼진제약과 3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취득에 나서기도 했다. 또 개인주주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오는 6월 글로벌 임상 투약 완료 … 3상 마무리 단계 진입회사는 오는 6월 AR1001 글로벌 임상 3상의 마지막 환자 투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부터는 데이터 정리 등 분석에 돌입한다.김 부사장은 임상 막바지에 든 소회를 묻자 "후련하다"고 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제 돈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그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는 맡은 일만 하면 됐지만 회사에서는 임상을 하면서 돈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했다"며 "지금은 임상 마무리와 데이터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후련하다"고 설명했다.김 부사장은 임상 막바지에 들어선 지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연장시험 참여율이나 중도탈락률 등 여러 지표에서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신약의 가치는 결국 객관적 임상 결과로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김 부사장은 "아직 임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효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며 "효능을 말하기보다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맹검을 지키고 임상을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아리바이오는 오는 9~10월 AR1001의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결과는 AR1001의 신약 가능성을 판단하는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직접 수행하고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김 부사장은 AR1001이 편견이 아닌 데이터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했다.그는 "임상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며 "환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이 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현장에서 분명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대에 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임상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