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 용역 발주총수 일가 지배력, 내부거래, 순환출자 등 점수화정권에 밉보인 기업 찍어내기 용도로 악용 우려공정위 "건전성 평가 좋은 기업은 인센티브로 작용"
  • ▲ 규제 강화와 기업 평가 관련 AI 이미지. ⓒ챗GPT
    ▲ 규제 강화와 기업 평가 관련 AI 이미지. ⓒ챗GPT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수준, 경영 건전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최근 사실상 조사국 부활로 평가받는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추진한 데 이어 대기업집단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 체계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기업 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 개발 및 활용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경영 상황, 내부거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하나의 지표로 계량화하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율, 내부거래 규모, 계열사 현황, 순환출자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개별 항목별로 흩어져 있어 일반 투자자나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집단 전체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종합한 '인덱스(Index)' 형태의 평가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 과정에서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수준, 내부거래 의존도, 순환출자 구조, 이사회 독립성, 계열사 간 거래 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는 각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기업집단별 점수를 산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 개발 추진 배경에 대해 현재 대기업집단 관련 정보가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 공개되고 있어 일반 국민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집단의 전반적인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율, 내부거래 규모 등 다양한 정보가 개별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지표처럼 하나의 지표만으로도 기업집단의 건전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업을 서열화하거나 줄 세우기 위한 취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현재 정보 공개가 파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규제 활용 우려에 대해서는 "해당 지표를 규제 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오히려 건전성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는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기업에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연구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새로운 규제 장치로 발전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집단별 점수나 등급 체계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기업 간 비교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 결과가 향후 정책 수립이나 조사 우선순위 선정, 규제 강도 결정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참고 자료나 정보 제공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추후 각종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되거나 정권 눈 밖에 난 특정 기업들을 찍어내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집단 건전성 지표 역시 특정 기업이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고, 기업 이미지와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공정위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난다. 공정위는 지난달 '중점조사기획단'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40명 규모의 국(局) 단위 조직으로 대규모 담합 사건과 플랫폼 독과점, 대기업집단 관련 사건 등을 전담하는 특수조직 성격을 갖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난이도가 높은 중대 사건을 신속하게 적발하고 시정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사실상 과거 조사국의 부활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정위 조사국은 1996년 출범 이후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문제 등을 집중 조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당시 조사국은 계좌추적권과 금융자료 요구권 등을 활용해 대기업집단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한 권한 행사와 표적 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조사국을 폐지하며 공정위를 기업 사정기관이 아닌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 중심의 시장 감시기관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기업집단국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감시국을 만들어 대기업 규제를 강화했다.

    공정위는 올해 초 167명 규모의 인력 증원을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까지 237명의 인력이 늘어나며 전체 정원은 1051명 규모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