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검색·촬영까지 음성으로 … 손보다 귀가 먼저 움직였다스마트폰 이후 AI 폼팩터 경쟁 본격화 … 정확도·프라이버시는 숙제
-
- ▲ 레이밴 메타. ⓒ곽예지 기자
"헤이 메타."짧게 말을 건네자 귀 옆에서 알림음이 울렸고 AI가 대화를 시작했다. 눈앞의 영문 문장을 번역해달라고 하자 2~3초 뒤 한국어 설명이 흘러나왔다.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거나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필요는 없었다. 검색보다 먼저 AI에게 말을 거는 경험, 스마트폰보다 귀가 먼저 움직이는 순간이었다.메타가 최근 국내에 선보인 AI 글래스는 기존 스마트 안경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웨어러블 기기가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을 이해하고 음성으로 답하는 AI 비서를 안경 형태에 담았다. 생성형 AI 경쟁이 스마트폰을 넘어 새로운 기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제품이다.직접 착용해보니 외형은 일반 선글라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경다리가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카메라와 스피커, 배터리가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착용감은 예상보다 자연스러웠다. 일반 안경보다 약간 무게감은 느껴졌지만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은 크지 않았고, 짧은 시간 사용하는 데 큰 부담도 없었다. -
- ▲ 메타 AI 글래스로 찍은 낮과 밤의 사진. ⓒ곽예지 기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핸즈프리 경험이다. "사진 찍어줘", "이 문장을 번역해줘", "지금 보고 있는 건 뭐야"처럼 평소 말하듯 질문하면 AI가 카메라로 장면을 인식한 뒤 답을 들려줬다. 손에 짐을 들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편리했다.사진과 영상은 사용자의 시선 그대로 기록됐다.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확인하며 구도를 잡기보다 눈앞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담는 방식이다. 여행이나 산책, 운동처럼 양손을 자유롭게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답변은 안경 다리에 내장된 오픈이어 스피커를 통해 전달됐다. 귀를 막지 않는 구조여서 주변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고, 일반적인 실내에서는 AI 음성이 착용자에게 비교적 또렷하게 전달됐다. 옆사람에게 크게 새어 나간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음악 감상 역시 가능했지만 오픈형 특성상 조용한 실내보다 야외에서 사용할 때 더 적합해 보였다.활용 범위도 생각보다 넓었다. 외국어 번역은 물론 음식 정보를 묻거나 주변 건물 설명을 듣고, 간단한 뉴스 요약이나 일반적인 질문에도 답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과정이 줄어든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다만 AI 비서로서 완성도는 아직 더 높아져야 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음성 인식률이 떨어졌고, 한국어 표현이나 국내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물을 잘못 인식하거나 실제와 다른 설명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도 확인됐다. AI가 자연스럽게 답하는 만큼 이용자가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프라이버시 논란도 여전히 숙제다. 촬영을 시작하면 전면 LED가 켜지도록 설계됐지만 밝은 야외나 일정 거리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일반 안경과 비슷한 외형 탓에 주변에서는 촬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최근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 사례가 등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메타 AI 글래스는 아직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AI를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안경'이라는 형태로 경험했다는 점만큼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번역과 검색, 촬영을 손이 아닌 음성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AI가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