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개편안 발표 앞두고 공청회 등 예정시총 기준에 상장폐지 대상 기업 확대 우려기술력·성장성 반영 맞춤형 평가체계 필요성
  • ▲ 코스닥 시장 개장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 코스닥 시장 개장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이 세그먼트 도입과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 이에 벤처업계는 시장 양극화와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기능 약화를 우려하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 개장 30주년을 맞아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재편이 추진된다. 별도의 시장 세그먼트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동전주와 같은 부실기업은 퇴출해 시장 건전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을 우량기업과 위험기업을 분류하고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 지수 편입 지원과 연계 ETF(상장지수펀드) 개발 등을 추진해 우량기업의 다른 시장 이탈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빠르면 이달부터 공청회를 열어 세그먼트 도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4분기 중 세부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폐지 요건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동전주와 시가총액 기준 등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하고, 내년 6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해 부실·한계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할 방침이다.

    이번 개편은 코스닥 시장의 성장성과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코스닥은 1996년 출범 이후 벤처·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및 회수시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자금 쏠림과 우량기업의 이전 상장이 이어지면서 성장시장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자금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에는 국내 ETF 순자산이 코스닥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등 투자자금도 개별 성장기업보다 지수·테마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스닥 30주년 기념식에서 "전례 없는 자본시장 호황에도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 코스피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선순환하는 동반성장 구조는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질서 확립의 핵심은 우량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한계기업은 즉시 솎아내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라고 강조했다.

    다만 벤처업계는 구조개혁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제도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에 ▲코스닥 세그먼트 방향 재검토 ▲중복상장 금지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생산적금융 정책협의체 상설화 ▲기술특례 상장 제도 보완 등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발표 당시와 현재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며 "최근 반도체 등 일부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되면서 시장 양극화가 더욱 커진 만큼 제도 시행 과정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세그먼트 도입이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기업 간 서열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셀렉트와 관리군으로 시장을 구분할 경우 관리 대상 기업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해 기관투자자 자금과 유동성이 상위 시장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시장 재편 사례를 들어 하위 시장 기업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업계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 역시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획일적인 정량 기준보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정책 발표 당시 약 50개였던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은 최근 125개로 늘었으며, 내년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이 적용되면 30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폐지 기준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은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국민성장펀드에서 인정받았음에도 시가총액과 매출 등 기준만 적용하면 사실상 관리 대상 수준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벤처업계는 기술 개발 단계와 매출 성장성, 핵심 지식재산권(IP),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벤처기업 맞춤형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코스닥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시장 퇴출 기능 강화뿐 아니라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와 혁신기업 자금조달 기능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그먼트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기관투자자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