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SB 가이드라인 선제적 수용, 금융배출량·기후리스크 정량화비재무 정보, 데이터로 환산 … 여신·투자 의사결정에 연결경영성과 체계 핵심 요소, 경영진·계열사 KPI로 내재화
  •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사회공헌과 친환경 활동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담는 투자자 중심 공시로 진화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ESG 보고서를 잇따라 발간했다. 과거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사회공헌과 친환경 활동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금융배출량과 기후리스크를 정량화해 여신과 투자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 KSSB 선제 도입 … 비재무 정보, '재무제표급' 격상

    최대 화두는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수용하면서 비재무 정보를 재무적 중요성이 있는 공시 대상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KSSB는 국제 기준을 반영해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만드는 기구로, 금융회사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후변화가 대출·투자 포트폴리오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해야 한다. 국제 공시기준에 부합할 경우 해외 ESG채권 발행과 글로벌 기관투자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SSB 체계에서는 금융배출량과 기후리스크를 정량적으로 측정해야 하는 만큼 지주사들은 고탄소 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와 여신심사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제조업과 다르게 금융회사는 직접 배출보다 대출과 투자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이 핵심 관리 대상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대출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 공시도 한층 구체화 됐다. 금융권은 PCAF(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기준 등을 활용해 산업별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여신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해당 기준은 2028년부터 의무화 예정이지만, 4대 금융지주는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선제 적용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보고서의 차별화된 부분은 비재무 정보의 ‘추적 가능성’과 ‘검증 가능성’을 재무제표 수준으로 격상시킨 데 있다.

    일례로 하나금융그룹은 ESG 공시 데이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기준에 맞춘 연결 기준 72개 지표, 386개 세부 항목을 일원화해 공시 데이터의 입력·변경 이력까지 관리하도록 했다. 다른 지주사들도 금융배출량 산정 인프라를 전사 시스템과 연동하고,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통해 승인된 데이터만 공시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비재무 정보는 보고서 본문 내 데이터로 정량화해서 표현됐다.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은 물론, ESG 금융 공급 실적도 환산했다. 포용금융 지원 실적과 지역사회 기여도, 소셜벤처 육성 성과 등 사회 영역 항목에 더해 지배구조 영역에서도 지속가능경영위원회 개최 횟수와 연도별 안건 이력을 수치화해 공시 신뢰도를 높였다.

    자금 공급 방향성 또한 '생산적 대전환'으로 진화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취약계층 중심에서 AI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첨단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 ESG 성과가 보수 좌우 … KPI·여신심사 내재화

    금융지주사들은 ESG 경영 실효성을 높이고 전사적인 내재화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진 성과평가와 계열사별 KPI(성과평가지표)에 ESG 요소를 반영·신설하는 연동 체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ESG가 선언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경영성과 체계 핵심 요소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ESG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신한금융그룹은 ESG 활동이 창출하는 가치를 정량화한 ‘ESG 밸류 인덱스’ 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KB금융그룹은 생산적금융 규모 확대를 위해 전사 성과평가지표(KPI)를 신설하며 경영성과와의 연동 체계를 강화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주사 내 전담부서를 두고 그룹사별 구체적인 ESG 목표를 부여해 이행 실적을 KPI에 연동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ESG 경영이 실제 거버넌스와 상품 프로세스에 내재화된 과정도 담겼다. 하나금융그룹은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의사결정 체계에 포함시켰고, 투자성 상품의 리스크를 실시간 분석하는 ‘소비자리스크관리 특허’를 취득해 프로세스에 녹여냈다.

    기후변화 측면에서도 하나금융그룹은 고탄소배출 관리 업종을 기존 7개에서 11개 산업으로 확대 적용해 여신·투자 심사 시스템에 반영했다. 신한금융도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여신 심사 시 탄소 비용을 가산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며, KB금융은 그룹 총자산 대비 ESG 상품·투자 비율을 관리하는 내부 프로세스 내재화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하는 자료가 아니라 기후리스크와 자본배분 전략을 설명하는 투자자용 공시로 성격이 바뀔 것”이라며 “KSSB 의무화를 앞두고 금융사들의 공시 체계 고도화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