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265억달러 조달, 환율 열흘 새 57.3원 하락5대 은행 달러예금 709억달러 … 3년 6개월 만에 최대7거래일 만에 8조8000억원 급증, 6월 한 달 증가분의 2.8배
  • ▲ ⓒ연합
    ▲ ⓒ연합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밀리자 시장은 곧바로 달러를 담기 시작했다. 대규모 외화 유입 기대에 환율은 급락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5대 은행 달러예금은 106조원을 넘어 3년 6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709억 4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1501.4원) 기준으로 약 106조 4000억원 규모다. 이는 2022년 12월 말 744억 16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이달 들어 불과 7거래일 동안 달러예금은 58억 6000만달러(약 8조 8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 한 달 증가액인 20억 5600만달러의 약 2.8배에 해당한다. 달러예금은 3월 말 587억 6300만달러에서 4월 말 618억 1700만달러, 5월 말 629억 8900만달러, 6월 말 650억 4400만달러로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온 데 이어 이달 들어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결정적 변수는 SK하이닉스였다. 회사는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265억 700만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약 362억달러)의 70%를 웃도는 규모다. 대규모 달러 유입 기대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55.8원에서 11일 오전 6시 종가 1498.5원으로 57.3원 급락했다. 

    환율이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개인 달러예금은 6월 말 119억 7600만달러에서 122억 2000만달러로 2억 4400만달러(2%) 증가했다. 환율 급등기에 차익 실현 등으로 5~6월 두 달간 8억 1300만달러가 빠져나갔지만, 환율이 내려오자 다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환전 규모도 이달 일평균 793만달러로 6월 평균(408만달러)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들도 외화 보유를 확대했다. 기업 달러예금은 530억 6800만달러에서 586억 8500만달러로 56억 1700만달러(10.8%) 증가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수입대금 결제와 해외 투자, 환리스크 관리 목적의 외화 확보 수요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달러예금 증가세가 장기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환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조달 자금을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 유입할 가능성이 높고, 상장을 앞둔 선물환 매도 역시 최근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이달 초 정점을 찍었던 기업 달러예금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서는 조짐도 감지된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기조와 기업들의 달러 매도 움직임이 맞물릴 경우 환율과 달러예금 흐름도 다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달러예금 증가는 기업의 외화 운용 수요와 개인의 저가 매수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며 "향후 환율 방향은 SK하이닉스 ADR 자금이 실제 어떤 속도로 국내 시장에 유입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