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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 모습.ⓒ연합뉴스
조 단위 재정비 사업에서도 시공사 선정 입찰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조합은 여러 건설사의 경쟁을 통해 공사비와 설계·금융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내려 하지만 건설사는 사업 규모보다 실제 수익성을 우선하며 입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눈치싸움이 이어지는 사이 대형 사업장에서도 무응찰과 단독 응찰이 반복되고 있다.
반복 유찰로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 관리처분과 이주, 착공 일정도 줄줄이 밀린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늘어난 비용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된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마천5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15일 시공사 선정 첫 입찰을 마감했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지난 4월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6개사가 참석했지만 본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마천5구역 예정 공사비는 3.3㎡당 902만원, 총 1조698억원이다. 1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인데도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공사비와 브랜드, 공사 조건을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의 협상이 시공사 선정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 광명 하안주공5단지는 예정 공사비를 3.3㎡당 800만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5월 21일과 이달 10일 진행된 두 차례 입찰이 모두 무응찰로 끝났다. 2차 현장설명회에는 SK에코플랜트와 한화 건설부문이 참석했지만 본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입찰 조건 변경으로 한 차례 더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목화아파트 재건축도 예정 공사비를 3.3㎡당 1370만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9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앞서 현장설명회에 7개사가 참석했으나 본입찰에서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여의도 광장아파트 38-1구역은 지난달 29일 1차 현장설명회에 이어 이달 13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도 현대건설만 참석해 두 차례 유찰됐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1590만원으로 목화아파트보다 높다.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오는 9월 19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공사비를 높게 책정한 사업장에서도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 기간과 입찰보증금, 설계 조건, 원가 상승 위험까지 따져 수주 여부를 결정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사비가 1조원을 넘는다고 무조건 입찰에 들어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공사 기간과 입찰 조건, 자재비 변동까지 계산해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업성이 맞지 않으면 규모가 커도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사원가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잠정 집계됐다. 전월보다 0.40%,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7% 상승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부담이 계속되자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의 입장도 엇갈린다. 조합은 복수 건설사가 참여해야 공사비와 설계, 금융 조건을 비교하고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건설사는 경쟁에 따른 비용과 수주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독 입찰이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호한다.
현행 기준상 경쟁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는 사업장이 늘자 한 차례 유찰 뒤에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계약 기준을 바꿔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여러 건설사가 들어와야 제안 조건을 비교하고 공사비 협상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유찰을 계속 반복하면 사업은 늦어지고 이자만 불어난다.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할지 수의계약으로 갈지 조합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