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50~70% 이상 급락개인투자자 16종 ETF에 총 14조214억원 순매수'삼전닉스' 급등기에 2배 상품 출시 … 개인 피해 키웠다는 지적김용범 실장 언급 후 4개월여 만에 초스피드 상장블룸버그 "주목받던 금융 혁신, 이재명 골칫거리로 변해"
-
- ▲ ⓒ뉴데일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금융당국의 '졸속 출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개인투자자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을 총 14조원 이상 순매수한 상황에서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외신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을 조명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내세웠던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증시의 투기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24% 이상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6%, 33% 하락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들도 50~70% 이상 내렸다. ETF들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반토막 이상 폭락했다.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확산됐다.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출시 시점인 5월 2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47.5% 하락해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41.7% 하락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개인투자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을 총 14조 214억 원 순매수했다.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출시 자체가 시기상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삼전닉스'가 급등하던 5~6월 기초자산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가뜩이나 달아오른 반도체주 투자 열기를 더욱 자극했다는 것이다.금융당국이 청와대 의견에 따라 속도전을 펼치며 4개월 만에 상품을 출시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당초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잡았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처음 언급된 건 올해 1월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학개미의 국내 유인책에 대해 "미국 시장에선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주식 ETF 등 한국에선 불가능한 것들이 많이 있다"며 "그래서 제가 금융위에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왜 우리는 못하게 하냐'고 했다"고 말했다.당시 달러-원 환율은 지속적으로 치솟던 상황이었다.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인 '서학개미'가 지목됐다. 특히 지난해 5월 홍콩 증시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상장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보유 외환이 홍콩으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로 향하는 투자 수요를 국내 증시로 흡수하면 환율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금융당국은 곧바로 상품 출시 준비에 착수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단일종목 상품 출시 허용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 30일 금융위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4월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4월 28일 공포를 거쳐 5월 27일 관련 상품 16종이 상장됐다. 김 실장이 관련 내용을 언급한 후 4개월이 조금 넘어 실제 상품이 시장에 나온 것이다.그러나 출시 직후부터 막대한 자금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몰린 데 이어 최근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했던 상품이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빠르게 확대하는 구조로 작용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외신들도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 증시의 가장 주목받는 혁신으로 평가받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골칫거리(headache)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블룸버그는 이번 논란이 "이재명 대통령 정치 브랜드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앞세워 한국을 글로벌 투자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이 대통령이 이제는 국내 증시가 지나치게 투기화돼 '카지노'처럼 변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여야 정치권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3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신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중단하고 거래 규제를 강화했다.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불과 4개월여 만에 도입된 과정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품 출시 당시에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금융 혁신으로 평가받았지만, 급락장을 맞은 뒤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정책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블룸버그는 이번 혼란이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였던 증시 부양 정책마저 가릴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이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이 AI 공급망 핵심 국가로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지만, 지금은 그 성공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결국 상승장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급락과 함께 정책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출시 두 달도 되지 않아 주요 상품이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신속한 상품 도입이 '혁신을 위한 속도전'이었는지,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된 '졸속 출시'였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