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후 통신비 절감 5천원 수준 그쳤지만...이통3사 2천억 이상 줄여"조동근 교수, 경쟁 억압 소비자 후생 희생 '악법'… 20대 국회 반드시 폐지해야"
  • ▲ SKT 1분기 마케팅비ⓒSKT
    ▲ SKT 1분기 마케팅비ⓒSKT


    이통업계 1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으로 이통사들의 곳간만 더욱 두둑해진 모습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시지원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급하지 못하게 제한하면서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이 일제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비자 통신비 절감은 '찔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이통사 마케팅 비용이 수천억 이상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단통법과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경쟁 유도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관련 업계 따르면, SK텔레콤은 1분기 마케팅비로 717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90억 줄어든 15.3% 감소한 수치며, 전분기대비 0.6% 줄었다.

    KT는 역시 마케팅 비용으로 6555억원을 지출했으며, 전년대비 7.4%, 전분기 대비 11.6% 감소했다. LG유플러스도 4777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5.2%, 전분기대비 9.7%의 감소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 9월 이전 4만5155원이었던 가입자들의 평균 가입요금이 지난달 4만101원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입자들의 평균 휴대전화 가입요금이 단통법 전보다 5000원밖에 절감되지 않았지만, 이통사들은 줄어든 마케팅 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 형국이다.

    이통사들은 마케팅비 절감의 영향으로 실적 잔치를 벌였다.

    KT는 1분기 매출 5조5150억원, 영업이익 38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기간 대비 각각 3.9%, 22.8% 증가한 수치다. LG유플러스도 17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3% 늘었으며, 매출 역시 2조7128억원으로 6.1% 증가했다.

    SK텔레콤은 매출 4조2285억원, 영업이익 402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0.3%, 0.1% 소폭감소 했으나, 순이익은 29.3% 늘어난 572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역시 이 같은 영업익 증가 혹은 선방의 원인으로 마케팅비 절감을 이유로 들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 증가는 통신시장 안정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 덕분"이라며 "단통법으로 인한 업계의 마케팅 비용 감소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소비자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유명무실한 단통법과 요금인가제 폐지를 통해 경쟁을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단통법 이후 기업들은 하나같이 '실적 잔치'만 벌였을 뿐 정작 소비자 통신비 문제에는 철저히 눈을 감아왔다"며 "이통 3사들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떨어뜨리기 위해 영업이익에서 떼낸 금액이 단통법 이후 크게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체 금액을 가입자 1명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환산하면 지난 2011년에는 7만4000원, 2012년 5만2000원, 2013년 5만8000원을 지원했지만, 단통법이 시작된 2014년 이후로는 불과 3만원 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소비자 통신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 이통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조 교수는 "단통법은 요금인가제 하에서 보조금 경쟁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금 인가제란 이통시장 1위인 SK텔레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큰 폭으로 내릴 수 없도록 사전에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또한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억압해 소비자 후생을 희생시키는 대표적 악법으로, 곧 꾸려질 20대 국회서 이 같은 악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 SKT 1분기 마케팅비ⓒS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