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한화 야구와 증권, 김성근과 주진형의 평행이론

파격-우려-갈등…퇴임 이후 동정과 찬사·한화엔 '날선 비난'
한화그룹, 절대 권력자 영입-실패-한화맨의 귀환 '같은 행보'

정성훈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5.25 08: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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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마리한화 열풍을 이끌었던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이 팀을 떠났다.

'떠났다'라는 표현을 쓰기 이전에 '경질'과 '사퇴'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前)감독이 올해까지 보장받은 임기를 채우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한화구단 혹은 그룹의 압력이 있었는지, 있다면 얼마나 컸는지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구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구단 차원에서 김 전 감독을 벼랑끝으로 몰았던 것도 사실이고, 벼랑에서 떨어지느냐 끝까지 버티느냐에 대한 결정을 김 전 감독이 한 것도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한화그룹이 2014년 10월 한화이글스로 김 전 감독을 모시기 약 1년 전인 2013년 9월 한화투자증권의 수장으로 영입했던 주진형 전 사장의 행보가 상기된다.


한화의 부름을 받고 각각 한화이글스와 한화투자증권의 사령탑으로 투입된 김성근 전 감독과 주진형 전 사장의 시작과 끝이 '평행이론'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취임 이후 파격과 실험을 진행했고, 이에 대한 우려와 갈등 끝에 좋지 않은 이별을 경험했다. 이후 한화를 향해 거침 없는 비판을 쏟고 있다.


두 인물 모두 업계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던 집단에 높은 기대와 관심을 안고 외부에서 영입됐다.


감독 또는 CEO의 영입카드 한 장으로 조직은 한 순간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이글스 모두 수장 취임 직후부터 파격의 연속이 진행됐다.


주진형 전 사장은 취임 직후 매매 수수료 기반 성과급을 폐지했고, 매도리포트 의무작성, 사내 편집국 신설 등 증권업계의 관행을 철저히 깼다.


김성근 전 감독은 팀의 절대적 권한을 쥐고 투수 퀵후크와 보직파괴, 주야간 특타와 벌타 등의 훈련을 지속했다. 시스템이 정착된 현대야구의 틀을 깬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파격행보에 비해 성적이 기대보다 크게 저조했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이글스 모두 주 전 사장과 김 전 감독의 취임에 따른 가시적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대다수 증권사들이 흑자를 냈던 2015년과 2016년 각각 123억원, 1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오히려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화이글스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그러나 두 사령탑의 파격과 실험은 임기 내 지속됐다. 일부의 표현으로는 '지속'보다 '강행'이 맞을 수도 있다.


이는 결국 내부 불만의 원인이 됐고, 내부의 고충은 업계 외부의 우려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증권과 야구계 안팎에서는 모두 한화를 향해 "저렇게 가다가는 조직 전체가 쓰러진다"는 이야기들을 했고, "이제는 실험을 멈춰야 한다"는 경고도 던졌다.


반면, 두 수장은 외부시선과 우려에 더욱 반기를 들고 자신의 철학을 조직 내에서 펼쳤다.


그러자 그룹차원에서 나서기 시작했다. 주 전 사장과 김 전 감독 모두에게 조기 퇴진을 요구한 것.


이후 결과적인 부분에서는 두 사람의 평행이론이 다소 엇갈린다.


사측의 벼랑끝 압박에 김 전 감독은 조기퇴진을, 주 전 사장은 임기 완주를 선택했다. 물론 이들 모두 한화와의 이별 과정은 끝맺음이 좋지 못했다.


기대와 믿음으로 시작한 한화와 주 전 사장, 김 전 감독의 관계는 실망으로 돌아섰고, 결국 원망속에 이별했다.


한화를 떠난 이후에도 주 전 사장과 김 전 감독의 평행이론을 이어갈 조짐을 보인다.


주 전 사장과 김 전 감독 모두 임기 중 성과와 과오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는 인물이다.


반면 과오는 철저히 덮히고 성과는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는 비판 대신 찬사와 동정여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주진형 전 사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이후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거론될 만큼 스타로 떠올랐다.


ELS헷지 실패, 대규모 해고 등에 따른 한화투자증권의 추락과 지금도 진행 중인 직원들의 상처는 묻혔고, 주 전 사장은 재벌과 금융시장의 개혁 전도사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도 동정 여론이 앞선다. 성적과 선수관리 실패 등에 대한 책임과 비난 여론은 감독직 사퇴와 동시에 구단과 단장에 집중적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김 전 감독은 이미 타팀 감독 자리에서 경질된 이후 활발한 언론 노출과 함께 독립구단 감독 등을 통해 '야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 바 있다.


퇴임을 전후해 자신이 몸담았던 한화에 대한 날선 비난을 가감없이 쏟아내고 있다는 점,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이글스 모두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는 점 역시 일치되는 모습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화 역시 증권과 야구의 수습을 위해 후속 인사로 '한화맨'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여승주 사장을, 한화이글스는 이상군 투수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여승주 사장은 1985년, 이상군 감독대행은 1986년부터 한화와 연을 맺기 시작한 '30년 한화맨'들이다.


외부영입을 통해 실패한 조직을 한화맨을 통해 추스리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는 이미 여승주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부터 조직재건을 강조해왔다.


취임 1년을 맞는 올해 1분기 한화투자증권의 깜짝 흑자전환도 S&T 부문은 물론 전 사업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건 결과였다.


여 사장은 한화맨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부각시키는 한편 주 전 사장의 임기 중 부실을 취임과 맞춰 대규모로 털어내는 등 철저히 선을 그으며 전임 사장의 과오를 만회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이상군 감독의 대행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구단이 '이상군 대행체제로 팀 안정화를 꾀한다'고 언급한 점과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기간 팀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만년하위 조직의 절대 권력자 영입, 그리고 실패 경험, 한화맨을 통한 재건 과정을 밟고 있는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이글스의 행보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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