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중순까지 총 세차례 공급 받아, 채권비율 따라 발주거래 재개 이후 발주 물량 당월말 현금 거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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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들이 STX조선해양에 후판 공급을 재개했다. 밀린 후판 대금을 갚지 못해 지난해 거래를 중단했던 철강사들은 STX조선의 성실한 변제계획안에 다시 한번 물량 공급을 결정했다. 후판 판매에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STX조선과의 거래가 재개됨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 2월부터 STX조선해양에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 5월 중순까지 총 세 차례 거래가 이뤄졌으며, STX조선 수주 잔량이 바닥나면서 현재는 물량 공급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거래 재개 후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한 철강사는 포스코다. 총 850억원에 달하는 후판 외상값 중 포스코의 채권액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STX조선은 현재 채권비율에 따라 후판 물량을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TX조선이 당월말 현금 결제 조건으로 후판을 발주하고 있어, 국내 철강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STX조선과 후판 거래를 재개하게 된 배경에는 치솟은 수입산 후판 가격이 크게 작용했다. 후판 대금 변제를 놓고 국내 철강사들과 큰 갈등을 빚었던 STX조선은 지난해 국내산 공급이 끊기자 중국과 일본산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품질 문제가 불거지고 수입산 가격까지 대폭 오르며 성실한 변제를 조건으로 국내 철강사와 거래를 재개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건은 협상 주체가 동국제강이었는데 동국제강이 올해 공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거래 재개 조건으로 STX조선은 당월말 현금결제와 내년까지 밀린 후판대금 일부를 우선 변제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4월까지 대량의 물량을 공급한 국내 철강사들은 현재 거래가 뜸한 상황이다. STX조선 수주잔량이 내년 1분기를 끝으로 바닥나기 때문이다.

     

    STX조선은 올해 1분기 마지막 수주잔량분 건조를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선박 제조과정에서 후판이 가장 많이 쓰이는 시점은 제일 첫 단계인 블록 제작 공정이다. 이후 후공정으로 갈수록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양은 점점 줄게 된다.

     

    선박 건조가 보통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후판이 가장 많이 공급됐던 시점은 올해 1분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STX조선 측도 올해 2월 국내 철강사와 거래를 처음 재개했을 때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STX조선은 지난달 27일 2곳의 국내선사로부터 탱커 4척(옵션 1척 포함)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량은 현재 설계 과정에 있으며 본격적인 건조는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올 하반기 STX조선 건조시점에 맞춰 다시 한번 후판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STX조선 관계자는 "전체 공급 물량에 대해 밝힐 순 없지만 채권비율에 맞춰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모두에게 후판을 공급받았다"며 "최근 수주한 물량은 하반기 건조가 시작돼, 그때 또 다시 후판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과 국내 철강사들 갈등의 시작은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시작됐다. 법정관리로 모든 채무가 동결된 STX조선이 어음으로 거래한 후판대금을 갚지 못하자 철강사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STX조선으로부터 받지 못한 후판대금은 모두 847억원에 달한다. 그 중 포스코가 373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 332억원, 현대제철 142억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