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최대 3조 부담 시 적자기업으로 전환 3000여개 협력사도 노심초사, 현금흐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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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면 이달말 판가름 날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 현대차그룹은 물론 자동차업계, 산업계의 운명이 걸렸다. 최대 3조원이 걸린 이번 판결에 따라 기아차는 당장 3분기부터 적자기업으로 바뀌고 지속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수많은 협력업체에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 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계 전체로는 38조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초대형 악재여서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최후변론이 진행되고, 이르면 이달말 1심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8월 위기설의 최대 변수가 될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판매가 부진하다. 결국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했다. 2010년 이후 최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7.5%에서 올 상반기에는 3%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는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상황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이날 부분파업을 실시, 현대차에 이어 6년 연속 파업에 나섰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24차례 파업으로 약 14만2000대의 생산차질을 초래해 3조1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냈다. 기아차 노조도 파업 때문에 약 9만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금액은 2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이날 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사측과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만일 사측이 승소하고 노조가 패소할 경우 올해 교섭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에서 쟁취하지 못한 부분을 교섭에서 최대한 얻어내려고 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측이 패소할 경우에는 회계평가 기준 최대 3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해 현 회계기준으로 당장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기아차의 우려다.


    떨어진 영업이익률에 통상임금 비용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노조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지난해처럼 2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면 기아차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 협력사 중 영세업체들 대금결제 악화시 줄도산 우려


    더 큰 문제는 기아차의 협력업체까지 그 피해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발적 채무 발생으로 유동성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대금결제 등 현금흐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아차에 대금지급 의존도가 높은 영세 부품협력업체들은 자금 회수에 차질이 발생, 줄도산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현재 기아차의 1~3차 협력부품업체는 30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기아차의 국내 매출액 31조6419억원 중 1차 협력사에 지급된 납품액은 16조7721억원으로 그 비중이 53%에 달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차산업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상임금 이슈는 자동차산업은 물론 국내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포함될 경우 산업계에서 38조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노동연구원은 4년간 직간접 추가 노동비용이 22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2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65.1%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19.8%가 기존 고용을 감축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산업 전반에 있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8조5500억 인건비 부담시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후로도 매년 8만5000개에서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의칙' 적용 여부가 최대 변수, 금호타이어 인정 사례는 '긍정적'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신의칙' 적용 여부다.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의 뿌리를 이루는 대원칙으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된 민법 제2조를 뜻한다.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칙이 적용되면서 사측이 승소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금호타이어 노조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뒤집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금협상 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사 합의가 일반화됨에 따라 이미 관행처럼 정착된 상황"이라며 "근로자가 노사간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 이익을 추구해 사용자에게 예측 불가능한 재정 부담을 안기는 것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낳고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노사 어느 곳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2분기 영업손실 225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현대미포조선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됐다가 2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바 있다. 만도, 현대로템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됐다. 대법원 계류 중인 갑을오토텍과 한국지엠 등도 모두 신의칙이 인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