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선임-조직 정비-회계 투명성 강화-검 수사 일단락12월 기종 선정 前 록히드 통해 미 정부 전달

  • ▲ 한국항공우주(KAI)의 검찰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미국 록히드마틴은 이번주까지 그동안의 검찰조사에 관한 소명 자료 등을 요구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 KAI
    ▲ 한국항공우주(KAI)의 검찰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미국 록히드마틴은 이번주까지 그동안의 검찰조사에 관한 소명 자료 등을 요구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 KAI

17조원이 걸린 역대급 방위산업 프로젝트인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dvanced Pilot Training·APT) 수출 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KAI의 미국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은 최근 KAI측에 검찰조사에 관한 소명 자료를 이번주까지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기종 선정을 앞두고 미국 정부에 KAI의 투명성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일 것이라는게 KAI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계약자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미국 당국은 그동안 KAI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예의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연방획득규정(FAR)을 통해 정부 사업자의 건전성·정직성이 결여됐음을 보여주는 위법 행위가 발생하면 입찰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정부와 청와대는 서둘러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전문가로 꼽히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새 대표로 내정했다.

석달 넘게 끌어오던 검찰의 수사도 방산비리가 아닌 전 사장의 개인 일탈로 매조짓는 모양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같은 출구전략이 미국측에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 김조원 사장 내정자 "KAI, 록히드에 자료 제출 →美 정부 전달"  
 
일찌감치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기존 고등훈련기(T-50A)를 개조한 KAI는 미 공군 훈련기 교체사업의 가장 유력한 후보자 가운데 하나이다. 경쟁사인 미국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에 비교 우위에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에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은 단박에 KAI의 신인도를 앗아갔다.

최근 KAI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같은 사정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듯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KAI가 록히드에 문서로 된 자료를 내면, 이를 바탕으로 록히드가 미국 정부에 설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방산분야는 KAI를 믿을 만한 회사로 인식시키는 게 시급한 문제"라면서 "우리가 가진 자산에 대해 우리 국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요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거기에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KAI에 방산비리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전 사장의 행동을 '개인의 일탈'로 본다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고 경영비리나 방산비리와도 선을 그었다.

  • ▲ 김조원 KAI 대표이사 내정자는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 김조원 KAI 대표이사 내정자는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KAI가 록히드에 문서로 된 자료를 내면, 이를 바탕으로 록히드가 미국 정부에 설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뉴시스


  • 만일 KAI가 하성용 전 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명쾌한 소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그간의 록히드마틴과 입찰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검찰은 전일 하 전 대표에 대해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협력사 지분을 차명 소유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측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은 T-50A의 최종 조립공장인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T-50A를 100회 이상 출격시키는 실전평가 대비 연습을 해 왔다.

    12월 기종선정 전 마지막 절차를 대비하며 KAI 사태의 진정을 기다려 온 것이다.

    ◇ 서울로 오는 트럼프… 文, 세일즈 나서나 

    김 내정자는 "정부가 국책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정부에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KAI 내부에서는 김 내정자의 취임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그가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데다 현 정부 실세로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APT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는 기업대 정부의 계약이지만 정상회담서 의외로 수월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문재인 정부도 T-50A 세일즈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산 전투기를 더 구입하면, 미 공군의 노후 훈련기를 T-50A로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확답하지 않았으나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방한해 한미 간 정상회담이 서울서 열리는 점도 우리로서는 '기회'이다. ⓒ 청와대
    ▲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방한해 한미 간 정상회담이 서울서 열리는 점도 우리로서는 '기회'이다. ⓒ 청와대


  • 만일 미국 공군훈련기 수출에 성공할 경우, 새 정부의 최대 수출 업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 청와대에서는 KAI 관련 검찰 수사가 미 공군훈련기 수주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계속 주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첫 사업규모만 17조원에 달하고 향후 후속물량과 미 공군의 선택이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져 제 3국 수출까지 이어질 경우 총 100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한국을 찾는 것은 우리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이다. KAI에 대한 검찰 수사 종료되고 새 경영진 선임까지 이뤄진 만큼 이전 보다 상황이 한결 나아진 상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에게 검찰조사는 잃어버린 3개월이나 다름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 신뢰를 심어주는 것 만큼 좋은 세일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