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2014년 혁신센터 1차 독대서 '공여-수수합의' 틀 갖춰 주장변호인단, 대통령 '말 사주라' 의미 오해…용역계약서 소유권 표기 등 근거 제시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2차 재판이 19일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열렸다.

    항소이유에 대한 쟁점정리와 반박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둘러싼 뇌물죄 적용 여부를 놓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법리다툼이 치열했다. 특히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의 대가관계 합의를 놓고 정반대의 논리가 펼쳐졌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1차 독대에서 승마협회장을 맡아달라는 요구를 승낙한 것을 강조하며 2014년 대가관계에 대한 틀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마필과 차량의 소유권, 삼성이 용역계약을 파기한 사실 등을 내세워 뇌물죄 적용의 부당성을 항변했다.

    특검은 "뇌물공여는 수수자로 하여금 뇌물을 취득하게 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취득까지의 증명을 요구하진 않는다"며 "뇌물공여에 따른 유무형의 이익은 합의의사에 의해 결정되는데, 본건은 대상자인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사이의 합의의사를 판단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합의의사를 추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1차 독대가 이뤄진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2014년 9월15일)에서 대통령은 삼성에 승마협회를 맡아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줄 것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요구를 승락했다"며 "따라서 수수자가 제공 의사를 표했기 때문에 수수합의의 전체적인 틀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1차 독대에서의 합의는 외관상 승마협회 인수 및 선수지원으로 판단되지만, 1심 재판부 역시 정유라에 대한 지원요구라 인정한 사실을 근거로 들어 수수합의로 판단한 사실을 앞세웠다. 또 1년 뒤 진행된 2차 독대를 1차 독대에서의 합의를 재차 확인하는 절차로 판단하면서 대가관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은 2차 독대에서 재차 승마지원을 요구하면서 삼성이 잘못하고 있다고 질책하면서 실무자인 이영국의 이름까지 언급했다"며 "이 부회장도 질책을 받고 즉시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는 공여와 수수가 이뤄진 것으로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후 박상진 사장이 독일로 날아가 박원오 전무를 만나 뇌물공여를 협의했다"며 "박상진은 이재용의 지시를, 박원오는 최순실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비로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를 공여할지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첫 번째로 지원된 마필 '살시도'에 대한 합의가 1차 독대인지, 독대 이후인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승마지원 명목으로 약속된 135억원(실지급 78억원)을 뇌물공여로 판단하는데 무리가 따른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1차 독대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말을 사주라'는 의미를 소유권을 넘기는 게 아닌 소유권을 유지한 채 사용을 위해 빌려주는 것으로 해석하는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승마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을 사주다'는 의미는 소유권을 넘기는게 아닌 빌려주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말을 사준다는 통상적인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회장은 과거 승마선수로 수상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그같은 말을 했을 때 소유권을 넘겨야겠다고 볼 수 없다. 특검은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최순실은 승마선수의 엄마로 승마계 인사라할 수 있다. 만약 소유권을 넘길 의도였다면 당연히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말의 소유권을 넘기라고 했을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주장의 근거로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가 체결한 용역계약서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말과 차량이 삼성의 소유로 표기된 사실을 강조했다. 삼성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문구를 계약서에 적시한 사실이 특검의 과도한 해석을 반박하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용역계약서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non-binding) 표시가 포함된 사실을 앞세워 삼성이 뇌물을 공여하고자 했다면 굳이 논바인딩 문구를 추가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차량 매수인이 코어스포츠로 기재된 사실을 근거로 뇌물공여가 증명됐다'고 주장한 것에는 세금문제에 따른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인을 삼성명의로 할 경우 사업장 이슈에 따른 세금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매수인을 코어스포츠로 기재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차량을 매각한 금액이 삼성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강조하면서 일반차량과 마필운송차량을 나눠 뇌물공여를 적용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특검은 최순실이 마필 소유권이 삼성으로 기재된 것에 대해 화를 낸 사실과 삼성승마단의 실체, 용역대금 총액의 변화 등을 놓고 공세를 이어갔지만 1심 때와 같은 논리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삼성승마단이 고가의 말을 소유할 명분과 법적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새로운 사실 없는 감정싸움만 되풀이했다.

    양측은 이어지는 오후 재판에서 승마지원 경위와 마필, 차량 구입 배경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범관계 성립을 두고 공방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