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朴정부 임기내 승계 필요… 청와대 직간접적 특혜사실 확인" 주장변호인단, "형법 기본원칙 '책임주의' 훼손… 뇌물공여 필요성 없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12일 마무리됐다. 이날 재판은 박상진 진술조서, 안종범 및 김영한 업무수첩의 증거능력, 부정한 청탁의 존재여부를 놓고 양측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있었다는 특검과 경영권 승계와 부정한 청탁, 대가관계의 존재 자체가 허구라는 변호인단의 항변이 맞섰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만큼 그동안 무죄를 주장해온 변호인단의 반박이 거셌다. 부정한 청탁의 존부가 아닌 대가관계만을 판단한 1심 판결을 놓고 형법상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에 벗어났다는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책임주의는 책임이 없으면 범죄 역시 성립하지 않으며, 범죄 형량도 책임의 크고 작음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양측의 항소논리와 법리공방에 대해서는 1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강요와 협박에 의한 재단출연, 제3자 뇌물수수죄의 법리 이해,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현안과 승계작업의 연관성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1심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내용은 그대로에 재판부만 바꼈다'는 평가도 나왔다.


  • ▲ 자료사진. ⓒ뉴데일리DB
    ▲ 자료사진. ⓒ뉴데일리DB


변호인단은 특검이 경영권 승계라는 가공의 틀을 세워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를 끼워맞췄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럽게 승계가 가능한 상황에서 위법행위를 통해 경영권 승계작업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항변이다.

미래전략실의 관여를 승계작업의 근거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계열사의 주요 현안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할 뿐 승계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더욱이 승계와 승계작업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승계는 기업집단의 지배력과 총수의 지위가 이전되는 것으로 '인위적인 작업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시점에서 후계자가 보유한 지분, 상속받을 지분, 지위가 요건이지 다른 무엇이 승계에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한 셈이다.

특검이 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지주사전환 등 개별현안과 승계작업의 연관성에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반박했다. 생명의 금융지주사전환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한다면 상속세 납부율이 증가해 오히려 경영권 승계에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특검 수사의 밑그림을 그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들어 승계작업의 부당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지주사전환을 권고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갑자기 승계작업으로 탈바꿈해 반대논리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도움을 줄 역할과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행위라 추단하는 건 억측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단출연과 승마지원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대통령의 요구였기 때문일 뿐 대가를 바란게 아니라는 반박이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 ⓒ뉴데일리DB


  • 변호인단의 주장에 특검도 다양한 근거를 들어 반박에 나섰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 다양한 현안을 갖고 있어 청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지적이다.

    특검은 '지분에 의해서만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등 기존 법률특혜를 유지할 경우에만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고 제한했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온전한 승계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의 유고시 발생하게 될 막대한 상속세와 함께 순환출자고리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도 현정부 임기내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하는 이유로 제시됐다. 특검은 1심 재판에서 김상조 위원장의 입을 빌어 외부조건의 변화에 따른 이 부회장의 지배력 약화를 설명한 바 있다.

    부정한 청탁의 배경으로 세차례의 독대가 제시되기도 했다. 대통령이 독대를 통해 이 부회장의 승계가 삼성 최대 현안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합병 등 개별현안에 도움을 줬다는 논리다. 또 메르스로 인한 대국민사과와 감사, 삼성병원의 책임 문제에도 대통령의 권한이 이용됐다고 의심했다.

    이밖에도 면세점 현안, 말씀자료 증거가치, 삼성물산 합병,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엘리엇 대응(원샷법 및 경영권 방어제도),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시기별 현안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개입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통령이 삼성과 이 부회장에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은 명백한 사실오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위, 공정위 등 정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오는 19일 진행될 예정이다. 2차 재판 역시 쟁점을 요약하는 프리젠테이션으로 진행되며, ▲승마지원 경위 및 배경 ▲마필과 차량 구입 비용 ▲마필소유권 이전 ▲단순뇌물죄 및 공범관계등이 다뤄진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과 변호인단이 장시간에 걸쳐 항소이유를 설명했지만 1심과 비교해 새로운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양측의 감정싸움과 입장 차만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재판부가 법리해석과 사실관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법리공방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