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스크러버 설치 가장 선호..."상반기 계획 수립 예정"SM상선·팬오션 등은 "아직 검토중...좀 더 상황을 지켜볼 것"
  • ▲ ⓒ현대상선
    ▲ ⓒ현대상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중대 기로에 섰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기오염물질 규제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적선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각오다. 다른 글로벌 선사들보다 선대가 작은 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이 득실을 따져 환경 규제 대응책을 결정해 나가는 동안 국적선사들은 확실한 대응책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환경규제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국적선사들에게 적절한 대응책은 무엇일지 신년기획 시리즈로 제언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국제해사기구(IMO)가 황 함유량 규제를 현행 3.5%에서 2020년부터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선사들이 고심에 빠졌다. 화주와의 운송계약기간과 선령, 선박크기 등을 모두 감안해 선박마다 어떤 대응책이 적절할 지 따져봐야하기 때문이다. 선사들마다 보유한 선대가 달라 글로벌 선사를 무조건 따라갈 수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적선사들이 전략적 판단 하에 각사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시행하는 환경규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규제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을 제외한 나머지 선사들은 대책 마련을 위한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국적 1위 선사인 만큼 현대상선은 환경규제 대응책 마련에 가장 적극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지난해 말 환경 규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업계·기관 내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은 환경규제 대응책으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쪽을 제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상반기 중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스크러버 설치가 적합하지만 선령과 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은 크게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 설치 ▲ LNG연료선박 건조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LNG연료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지만, 모든 배를 새로 바꾸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선사들조차 저유황유 사용과 탈황장치 설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LNG연료선박 발주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환경규제에 적합한 2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14척 가량 발주할 계획이다. 건조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안으로는 발주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 ⓒSM상선
    ▲ ⓒSM상선
  • 하지만 다른 국적선사들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상선과 같은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은 출범 1주년을 맞아 노선 확대 등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환경규제 대응책 마련은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M상선 관계자는 "환경 규제 관련해서는 어떤 대응책이 좋을지 검토 중"이라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크선사인 팬오션도 마찬가지다. 좀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선박별로 어떤 대응책이 좋을지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신조발주(신규 선박 발주) 계획이 없기 때문에 2020년까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도 시간이 촉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이미 LNG레디 선박에 스크러버 옵션을 적용한 선박을 발주했다. 지난해 브라질 철광석 메이저인 발레(Vale)와의 장기운송계약에 따라 현대중공업에 15척의 VLOC(초대형광탄운반선)를 발주한 것이다. 

    스크러버 옵션을 적용한 이유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2020년 LNG 연료 값이 올라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크러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향후 상황을 보고 LNG연료로 운영할 지 스크러버를 사용할 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폴라리스쉬핑도 신규 선박 외에 기존 선박은 어떤 방식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할 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정책연구 기관으로서 환경규제 관련 연구 결과를 선사와 공유하고 있다"며 "중소선사들은 환경규제에 대응할 여건이 충분치 않아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 선사의 방향성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