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포기해도 '흥행' VS 중견사, 자체보증 마련에 '피멍'강남 등 인기지역, 대출 없어도 '문전성시'… 지방 중견사 '울며 겨자먹기'채무보증액, 자기자본 훌쩍 넘어서… "재무구조 악화 우려"
  • ▲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
    ▲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


    봄 분양 성수기를 맞았지만 꽉 막힌 중도금대출에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이 축소되고 일부 지역의 보증한도가 줄어들면서 '자체보증' 갈림길에 본격 들어섰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에 뛰어든 대형사는 기본 9억원이 넘는 분양가 탓에 HUG 중도금대출 보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체보증을 '줄포기'하고 있지만 청약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발 딛을 틈이 없다.

    이와 달리 대부분 지방에 사업장이 위치한 중견사의 경우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자체보증에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는 올해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사업장에 대한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축소했다. 서울 등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는 중도금 보증한도도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시작된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보증 마련이 어려워진 일부 중견사들은 자체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대출금액 중 일부만 HUG의 보증대상이기 때문에 나머지 금액에 대해 건설사가 대신 보증을 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KCC건설은 이달 초 '사천KCC스위첸' 수분양자들의 중도금대출 원금 2400억원 가운데 288억원에 대해 자체보증을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KCC건설의 자기자본 3100억원 대비 9.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희건설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진행한 '부산사상역 서희스타힐스' 수분양자들이 일으킨 중도금대출 중 일부인 340억원에 대한 보증을 서기로 이달 초 결정했다.

    신세계건설 역시 지난해 5월 분양한 '하남 미사 인스타시티' 계약자들이 일으킨 중도금 300억원에 대해 자체보증을 서고, 코오롱글로벌과 범양건역 등도 같은 결정을 했다.

    특히 이들은 중도금대출 문턱을 높인 시중은행을 피해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렸다. 현 규정에 따르면 HUG와 주택금융공사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보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제2금융권을 찾아 자체보증을 서고 있지만 계약자들이 제때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건설사가 채무책임을 떠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도 있다. 실제 자체보증에 나선 일부 건설사들은 채무보증 잔액이 자기자본을 넘어선 상태다.

    서희건설의 경우 자기자본 2377억원 대비 중도금대출로 인한 채무보증 잔액은 4135억원이다.
    신세계건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기자본은 1279억원이지만 채무보증 잔액은 6776억원에 달하고, 이중 중도금대출 채무보증 잔액은 1763억원으로 자기자본을 뛰어 넘는다.

    이와 달리 대형사들은 중도금대출 관련 자체보증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분양가 9억원 이상인 주택이더라도 분양 흥행을 위해 건설사가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 일부를 조달하기도 했지만 올 들어 이 같은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서울 강남권 분양의 경우 정부의 분양가 제한으로 시세 대비 저렴하게 책정된 분양가로 인해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 완판에 지장이 없고, 정부에서 대출을 권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자체보증 대출을 진행해 눈 밖에 날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이에 강남권에서 분양을 시작했거나 앞둔 아파트들은 모두 중도금대출이 없다. 
    내달 분양을 앞둔 '래미안 서초우성1차'를 시공하는 삼성물산은 중도금대출에 필요한 보증을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고, 지난 16일 분양에 나선 '논현 아이파크'는 전용 47㎡~84㎡ 총 99가구 중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가는 전용 59㎡ 이상 45가구에 대해서는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하다.

    앞서 올해 첫 '로또 아파트'로 10만청약설까지 돌았던 '디에이치자이 개포' 역시 당초 중도금의 40%까지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시공사에서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결국 실시되지 않았다.

    중도금대출을 놓고 대형사와 중견사의 입장차가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주로 인기지역에서 분양을 하는 대형사는 중도금대출 보증 없이도 청약자가 몰리지만, 중견사의 경우 자체보증 없이는 흥행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의 경우 신규 아파트 분양가 9억 이하는 찾아보기 어려운만큼 이들 지역에서 중도금대출은 앞으로도 힘들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여유자금을 가진 부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텐데 정부의 대출규제는 서민들의 진입을 막은 셈"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 역시 "중도금대출 규제는 여신불안 해소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청약자격에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기면서 부의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는 한시적으로 중도금대출을 완화해주는 등 유연한 정책 완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