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중도금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보증액·비율 축소"보증 부담 늘어 내년 사업계획도 보수적 접근 불가피"주택업계, 소비자 부담 전가·시장 관망세 지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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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사진. ⓒ뉴시스


    "서울 집값은 대체로 6억원 이상이죠. 지금까지 회사 자체보증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왔습니다. 분양아파트에서 무이자 중도금대출을 실시한 경우 사업주체가 이자를 부담하기 마련인데, 조달금리가 올라가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죠." (대형건설 A사 관계자)

    "중도금으로 건설자금을 조달하는데, 10%p가 줄어들면 꽤 큰 금액이라서 중견·중소업체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으로 자금조달을 하게 되면 이자부담이 늘어나 해당 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까지 여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중견건설 B사 관계자)

    정부가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연간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대형건설사는 물론, 주택전문으로 하는 중견·중소건설업체까지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 따라 수도권과 광역시·세종시에서 중도금대출 보증한도 내년부터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축소된다. 기타 지방은 현행 3억원으로 유지된다. 과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은 한도와 금액에 제한이 없었지만, 지난해 7월부터 서울·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한정됐다.

    이와 함께 중도금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축소했다. 지난해 10월 100%에서 90%로 축소한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비율을 줄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설사와 협약을 맺고 중도금을 '집단대출'이라는 이름으로 대출해준다. 대출 계약은 분양계약자들이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맺지만, 대출자금은 건설사로 바로 지급돼 시공비 등의 용도로 쓰인다.

    이 과정에서 현재는 공공기관인 HUG와 HF가 중도금대출의 90%까지 보증해준다. 건설공사가 끝나기 전에 건설사가 부도 등으로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 할 경우 이들이 은행에 대출액의 90%를 대신 갚아준다는 뜻이다.

    이제 은행들은 보증기관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8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기 때문에 개별 건설사의 재무구조나 분양하는 단지들의 사업성을 더 꼼꼼히 보는 등 집단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체 신용보증으로 10%만큼의 보증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대형사와는 달리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중소형사의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금융투자 건설담당 연구원은 "정부가 보증비율을 80%로 낮춘 것은 금융기관이 나머지 20%의 리스크만큼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하라는 의미"라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공사가 해당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낮은 신용도로 인해 보증을 설수 없어서 현금을 예치하는 방식을 인하된 보증비율을 메워왔다"며 "하지만 이번에 비율이 10%p 추가 인하됨에 따라 중소형사가 메워야 하는 자금이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 역시 보증비율 축소가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형건설 D사 관계자는 "HUG와 HF의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은 10%p 줄었지만, 반대로 건설사들의 보증 부담은 두 배로 늘었다"며 "연초 목표한 분양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내년 사업계획도 일부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건건설 E사 관계자는 "건설사 보증으로 재무제표 채무비율이 상승하게 되면 은행권에서는 회사 리스크를 부담으로 느낀다"며 "재무상태가 부실한 회사는 추가 분양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된다. 중견업체들은 곡소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금대출 비중축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업비용 증가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실수요자에 부담에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90%로 낮췄을 때도 금융기관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서 이자율을 덤터기 씌우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금융기관들의 여신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업체들이 리스크를 떠안게 되고, 대출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청약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중도금대출 보증요건 강화 및 보증비율 축소로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데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원금까지 포함해 대출액을 정하는 '신 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중도금대출 한도를 줄이면 집 구매자의 자기자본 부담이 커져 결국 청약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라서 청약시장의 관망세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단기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가 다주택자나 투자자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재건축시장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으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거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