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선별적 집행 가능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구조개혁 더 영향 줄 수 있어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통화정책보다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뒤 18일(현지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은 경기순환적 요인에 대처하는 단기 거시정책"이라며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경기 순환에 대처하는 '단기정책'이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집행할 수 있고 효과가 빠른 재정정책을 통해 구조개혁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 완화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을 인용,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재정정책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지원 등 선별적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보다 재정정책이 구조개혁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1%로 내린 이주열 총재는 "지금은 성장 전망의 상방·하방 위험이 모두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장률이 3.1%보다 높아질 수 있는 상방 위험으로 유가 하락과 유럽 경기 회복, 하방 위험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와 엔화 약세를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아울러 지속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에 대해선 "과도하다"고 경계했다. 지나친 우려가 디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년 반 정도 이어지다 보니 앞으로 물가가 1%대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이 0.6%인데, 소비자물가 산정에 들어가는 대상 품목 480여 개 가운데 7개 품목이 전체 물가를 1.4%포인트 낮췄다"며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7개 품목을 빼면 물가가 2%대"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이 곧바로 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가 없다는 데에는 이주열 총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주열 총재와 같은 기간 워싱턴을 찾은 최경환 부총리는 전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꼭 한국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서 급격히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도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주열 총재는 "자금 흐름에는 내.외금리 차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과 외화보유액, 경상수지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3%대 성장률, 탄탄한 외화보유액, 경상수지가 1000억 달러에 가깝게 흑자인 한국의 여건은 다른 신흥국보다 양호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