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사기 예방보다 피해보상책 마련 시급
  • 보이스피싱‧스미싱‧파밍 등 전자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매년 피해건수와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매년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금융사기 보험된다더니' 취재의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전자금융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요즘, 억울하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나. 누가 보상해주고 피해보상 규모는 얼마일까.


              


  • 결론부터 말하면 금융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금융소비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스미싱과 파밍, 메모리해킹 등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컴퓨터에 유포된 악성코드로 피해를 입은 사례에 대해서는 최대 30%까지만 보상한다. 그마저도 개별 사안에 따라 천차만별. 결국 피해 보상을 받는 것보다 받지 못하는 금융사기 사례가 훨씬 많은 셈이다. 

    억울하게 사기를 당한 금융소비자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 이는 금융당국과 은행, 보험사 등 전자금융거래와 관련된 그 누구도 피해를 보상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와 매년 얼마만큼의 피해를 보상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의 실제 피해 보상 여부가 아니라 금융사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지키고 있는지만 감독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는 것.

    은행들 역시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은행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지만 은행이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으니 보험사가 해결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은행의 연락을 받고 움직이는 보험사 역시 보이스피싱·스미싱·파밍 등 금융사기를 보상한다는 보험 약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가 우선시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대법원에서 보이스피싱을 보상해 준 사례가 없기 때문에, 보험 약관과 상관 없이 보상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것.

     

    금융사기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보험사가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금융소비자가 아닌 '은행'이었다.

    금융당국, 은행, 보험사는 스스로 금융사기를 일으킨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직접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주장만 펼치고 있었다. 그 사이 금융사기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전자금융거래법 이행 여부만 살펴서는 안된다. 시중은행의 금융사기 민원 접수 규모와 실제 피해보상금이 지급된 사례를 분석해 은행이 실제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는 지를 감독해야 한다.


    은행 역시 단순히 피해 계좌를 중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신뢰를 기반으로 예금을 맡긴 고객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험사가 은행이 아닌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보험사를 감시하는 등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더 나아가 금융당국과 은행이 금융사기 피해 해결 과정 및 결과를 금융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이 금융사기 발생 및 피해보상 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된다면, 그 규모를 줄이기 위한 은행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책임을 부여해 스스로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보험사도 금융사기가 발생했을 때 고객 중과실로 판명하는 부분이 어떤 것들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 금융사기가 발생하고 난 뒤 금융소비자가 무심코 한 행동을 중과실로 처리해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현재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매년 피해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