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거짓 레파토리만 되풀이… '억지 논리' 기자회견 '꼴불견''삼성-가대위-반올림' 3자 합의서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초치기'도
  • ▲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 ⓒ뉴데일리경제 최종희 기자.


    13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예상했던 대로 반올림은 삼성을 맹비난하는 데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레파토리는 수년째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나마 달라진 게 있다면 최근에 불거진 사건들에 대한 억지 논리 또는 거짓 해석이 덕지덕지 추가됐다.

    반올림은 이날 삼성에게 보상을 받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 얘기는 믿을 수 없으니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외부에 알리라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100명이 넘는 신청자들에게 보상금과 사과문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반올림은 자신들이 밝힌 직업병 피해자 221명 명단은 보여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삼성에 다니거나 공개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들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명단은 애초부터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그걸 알면서도 삼성을 곤경에 빠뜨릴 속셈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됐던 것이다.

    반올림은 보상 약관도 문제 삼았다. 삼성이 보상 신청자들에게 비밀유지 각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를 최초 촉발시킨 은수미 의원실에서 이미 '비밀유지 각서 요구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까지 했는데도 반올림은 철지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삼성이 신청자들에게 나눠준 보상 약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약관이다.

    반올림은 한술 더 떠 유방암 피해자에게 겨우 2억원에 불과한 보상금이 내려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억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정부로부터 보상 승인을 받을 경우 1억5000여만원 남짓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이 금액보다 많은 2억원을 별도로 '사회적 부조'라는 명목으로 지급한다. 보상금에 붙는 세금도 삼성이 대신 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되레 반올림이 만족할 액수가 도대체 얼마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반올림은 또 삼성이 피해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터졌을 때부터 줄곧 해왔던 외침이다.

    이제는 식상하다 못해 동정도 없다. 활동가들이 주축인 반올림이 할 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피해자로고 볼 수 있는 가대위(가족대책위원회)는 수년 전부터 반올림에 등을 돌렸다. 삼성과 독자적으로 협상을 벌이기 위해서다.

    가대위는 지금까지도 반올림에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올림은 마치 자신들이 활동가가 아닌 피해자인양 착각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이 가해자, 반올림이 피해자라는 구도도 반올림이 만들어낸 전략에 불과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한국산업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반도체공장과 직업병 사이 뚜렷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당시 반올림은 "정부가 하는 일은 못 믿겠다"며 귀를 닫아버렸다.

    3년 뒤 미국의 환경·안전 컨설팅회사 인바이런이 진행한 용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지만 반올림은 이번에도 "삼성이 돈을 주고 인바이런을 매수했다"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기만 했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가 1년 동안 벌인 반도체 직업병 역학조사에서도 반올림이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과거 IBM과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도 같은 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찌됐든 삼성은 보상에 적극 나섰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보상액을 푸는 바람에 다른 산업군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결국 대다수 피해자들은 삼성의 보상과 사과를 모두 수용했다.

    그렇지만 반올림은 9년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루 전날인 12일 반올림은 삼성, 가대위와 함께 조정위(조정위원회)가 제시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런 뒤 바로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삼성을 저격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도 이 싸움을 끝낼 기색이 보이지 않는 셈이다.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고 사실상 마무리되는 상황 속에서 반올림이 과연 언제까지 억지 시위를 이어나갈지 궁금증만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