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으로 내몰린 반올림의 마지막 발악이 가관이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대부분이 원하는 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데 이어 전혀 관련도 없는 진보단체들을 끌어모아 여론몰이용으로 이용하는 꼼수까지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상위원회 활동 중단을 골자로 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반올림은 24개 교수·연구자·전문가 단체가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반올림이 내세운 단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 직업병 문제와 연관성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곳들이다.
한국역사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비판사회학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단체 대부분은 반올림에 이름만 빌려주고 정작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20분 남짓 만에 끝난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 수는 10명 정도에 그쳤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직업병이라는 특정 사안을 두고 관련성을 찾기 힘든 곳들이 다수 참가했다는 게 의아스럽다"면서 "세력화를 위해 이 문제와 상관 없는 단체들까지 끌어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역사연구회 관계자는 "이름을 쓰게 했다고 모든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뒤 "역사 교과서 문제에도 여러 단체가 관여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직업병 문제에 관심을 갖을 수 있다"는 식의 궁색한 논리를 펼쳤다.
반올림의 보상위원회 철회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피해 당사자 100여명이 보상위원회를 통해 보상을 신청했고, 이들 중 50여명은 보상금을 받은 상태다.
피해 가족으로 구성된 가대위(가족대책위원회)도 보상위원회와 발맞춰 보상 절차를 진행하는 마당에 반올림이 이를 막아세울 명분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반올림은 당초 삼성전자에게 '직업병 갈등'을 풀겠다고 나선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따르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바 있다.
보상위원회의 보상금 지급 범위는 권고안보다도 훨씬 더 넓다. 지급액이 커진 것은 물론 협력사 직원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보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반올림이 일감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면서 "결국 이제는 피해 가족들도 눈에 안 보이는지 여론몰이 형태로 싸움만 계속 거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