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관계자 “경기북도 신설된다고 규제 풀리지 않아, 정치 아닌 민생 문제”
  • ▲ 25일 문을 연 경기북부경찰청 개청식. ⓒ 사진 뉴시스
    ▲ 25일 문을 연 경기북부경찰청 개청식. ⓒ 사진 뉴시스

지난 2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개청을 계기로, 경기도는 남도와 북도로 나눠야 한다는 이른바 경기분도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분명한 어조로 “분도론은 경기도와 역사와 정통성을 외면하는 발상”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양주와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에 출마했던 일부 예비후보들이 ‘경기북도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분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분도론이 지역 현안으로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문제는 총선과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철마다 주요 이슈로 고개를 내밀었다.

분도론이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된 것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당시 대선에 출마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기분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분도론은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2004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정성호 의원 등 경기 북부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북부발전기획단’을 만들어, 분도론을 이슈화했다.

분도론은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2014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경기 북부 지역 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선 같은 당 후보들과 함께 ‘평화통일특별도’ 정책 협약을 맺으면서, 분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런 지역적 정서를 바탕으로 지역주민들도 경기북도신설추진운동연합회, 경기북도신설운동추진본부 등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4.14 총선을 앞두고 분도론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는 관측도 있다. 선거를 앞둔 지역 표심잡기의 한 방안으로 일부 예비후보가 분도론을 들고 나온 것 말고도, 지역주민들이 염원했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개청이 또 다른 계기가 됐다는 것.

경기북부경찰청 개청은, 운전면허 취소 등 민원업무 처리를 위해 수원까지 내려가야 했던 이 지역 주민들에게 하나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동안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경찰 관련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수원에 있는 경기경찰청 본청을 찾아야만 하는 불편을 겪었다. 경기경찰청 2청이 의정부에 있었지만 본청을 찾아가야 하는 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개청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 행정자치부에 ‘경기경찰청 제2청 소요청원 요구안’을 내면서, 연말까지 경기경찰청 2청을 독립 지방청으로 승격해 줄 것을 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경기북부청 신설로 경기분도론이 다시 점화될 수 있고, 소방과 교육 등 다른 행정기관과의 형평성, 조직운영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경찰청은 경기북부지역 10개 시군 인구가 329만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다섯 번째에 해당될 정도로 많고, 북부지역 11개 경찰서 소속 경찰 1명이 담당하는 인구가 640명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독립지방청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분도론을 우려하는 행자부의 입장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기북부청 개청은 예기치 않게 분도론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분도론에 대한 지역민들의 정서는 양분돼 있다. 경기북도 신설을 요구하는 이들은 ‘역차별 철폐’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의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하지만,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갖가지 중복 규제로 지역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도론 주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경기북도 신설은 이런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경기 북부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분도론 실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분도론 찬성론자들은 경기도 북부청사를 비롯해 경기교육청 제2청, 의정부 지법, 의정부 지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 주요 행정기관이 대부분 들어서 있어, 광역자치단체가 갖춰야 할 여건을 이미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경필 경기지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남 지사는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분도는 도민의 협력과 단결분위기를 해쳐, 국가통합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남 지사는, 경기 북부의 인구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5위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 산동성 인구는 경기도의 7.8배, 면적은 15.4배에 이른다. 다른 나라들도 대도시권 중심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분도론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남 지사는 “분도는 경기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북부 주민의 편의를 위해서도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인들이 이 사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분도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정치적 구호로 분도론을 이야기하는데, 경기북도가 신설이 실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경기북도 신설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후구역 등에 따른 규제는 별개 문제”라며,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경기)북도가 신설되면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워낙 낮아서 주민들의 민생에는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