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천연당과 인공당, 성분 같아…과잉 섭취가 문제"식품업계 "당 섭취량 조절 방침에는 동의…잘못된 당 정보 퍼지는 것은 우려"
  •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풀무원 '아임리얼, 웅진식품 '자연은 지중해 햇살', 자연원 '갓짜낸 100% 주스', 매일유업 '플로리다 내추럴' ⓒ각사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풀무원 '아임리얼, 웅진식품 '자연은 지중해 햇살', 자연원 '갓짜낸 100% 주스', 매일유업 '플로리다 내추럴' ⓒ각사

    "100% 과일 주스인데 몸에 좋은거 아니에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NO'.

    과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프리미엄 착즙주스에 탄산음료에 버금가는 당류가 함유됐기 때문이다. 소금에 이어 설탕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주스를 마실 때에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설탕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코카콜라(210ml)에는 23g, 칠성사이다(190ml)에는16g의 당류가 함유됐다. 물 한방울 첨가하지 않았다는 프리미엄 착즙주스인 풀무원 아임리얼 오렌지(190ml)에는 23g의 당류가 함유됐다. 착즙주스의 당 함량이 더 높다. 

    다른 브랜드 제품도 당 함량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매일유업 플로리다내추럴 오렌지(200ml) 20g, 웅진 자연은지중해햇살 오렌지(200m) 22g, 롯데칠성음료 델몬트파머스주스바 오렌지(200ml) 18g, 이마트 피코크 블렌디드 딸기(200ml) 26g 등 대부분 탄산음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 ▲ 코카콜라 210m 캔 제품 영양성분 표(좌), 풀무원 아임리얼 오렌지 영양성분 표. ⓒ각사
    ▲ 코카콜라 210m 캔 제품 영양성분 표(좌), 풀무원 아임리얼 오렌지 영양성분 표. ⓒ각사


    그렇다면 착즙주스에 들어 있는 천연 '당'과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인공 '당'은 과연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형태의 '당'이건 성분은 똑같다. 과일에 들어있는 당 10g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당 10g 사이에는 영양학적, 성분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좋은당, 나쁜당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일이나 흰쌀밥에 들어있는 당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당은 성분적으로 같기 때문에 어떤 당을 섭취하느냐보다 얼마나 섭취하느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당 섭취 중 대부분은 과일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당 섭취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탄산음료나 과자를 줄이는게 답이 아니라 과일, 과일주스, 흰쌀밥을 포함해 당류가 포함된 모든 식품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소 착즙주스를 즐겨 마신다는 30대 주부 하상미씨는 "설탕이나 합성착향료를 넣지 않고 과일 100%로 만들었다는 말에 비싸더라도 아이를 위해 사 먹였다"며 "과일에서 나온 당은 건강한 당이겠거니 하고 안심하고 먹였는데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당과 같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마트몰을 기준으로 일반 오렌지 주스인 델몬트 오렌지 쥬스 100%는 100ml 당 232원, 착즙주스인 풀무원 아임리얼 오렌지는 100ml당 1264원에 판매되고 있다. 5배가 넘는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착즙주스는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일반 냉장 과일주스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8.8% 줄었지만 같은 기간 풀무원의 착즙주스 '아임리얼' 매출액은 15.3% 증가했다.

    착즙주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착즙주스는 설탕이나 인공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과일을 그대로 착즙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과일 자체가 갖고 있는 당이 주스에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주스에서 당 성분만 인위적으로 뺄 수 없을뿐더러 당 함유량을 낮추려면 당도가 낮은 과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맛을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즙주스에 들어가는 당은 인공적인 당 성분이 아닌 과일에서 비롯된 천연 당"이라고 강조하면서 "당 섭취 자체보다 하루에 얼마 정도의 당을 섭취하는지 그 양을 조절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Korean NHANE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의 일평균 당 섭취 중 3분의 1(33%)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우유 14.5%, 탄산음료 8.3%, 쿠키·크래커·케익 8%, 캔디·젤리·꿀·엿·초콜릿 7.7%, 채소 3.7%, 식빵·팬케익·토스트 2.9%, 과일주스 2.5%, 아이스크림 2.4%, 김치 2.2%를 통해 당 섭취가 이뤄진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 당 섭취량을 50g으로 권장하고 있다. 사과 1개(200g)에 약 30g 내외의 당이 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2개 섭취시 하루 당 섭취 권장량을 10g 가량 초과하게 된다. 몸에 좋은 과일이라고 해서 제한없이 먹었다가는 당류를 과잉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류저감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루에 총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200kcal, 당으로 환산 시 50g 이내의 당을 섭취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정부가 직접 나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언론과 방송 등에서 연이어 '백색 공포'를 조명하자 소비자들의 당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설탕으로 대표되는 당류가 비만과 당뇨 등 건강 악화의 주범이며 유일한 원인으로 비춰지는 부분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당류는 우리 몸에 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꼭 섭취가 필요한 성분인만큼 '당'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보다 당의 과잉 섭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이 많이 들어간 대표 식품으로 탄산음료와 과자, 케이크 등이 꼽히지만 사실 과일과 비타민음료, 수정과, 식혜, 과일잼, 스틱커피 등 당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식품들이 많다"면서 "당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당 자체를 아예 나쁜 성분으로 규정짓고 탄산음료나 주스 등 특정 제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