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전격 사퇴한진해운 법정관리 막기 위한 의지
  •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외적인 명분보다는 그룹을 살리고자 실리를 선택한 것.

     

    4일 재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업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던 조양호 회장(사진)이 더 이상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3일 전격 사퇴했다.

     

    조양호 회장이 왜 갑자기 조직위원장 자리를 벗어던졌을까.

     

    2014년 8월, 당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항공과 해운 부문의 업황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조양호 회장은 산적한 그룹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조직위원장 자리를 고사했다

     

    그러나 두 차례 실패 끝에 평창올림픽 유치를 이뤄낸 유치위원장으로서 국가적 사명감과 성공적으로 올림픽 개최를 이뤄내겠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조직위원장 자리를 맡게 됐다.

     

    이후 조양호 회장은 개폐회식장 이전, 분산개최 논란 등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개폐회식장을 비롯한 경기장 건설을 정상궤도에 올려 놨다. 국내외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직접 찾아가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는 등 재원 마련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2월에는 정선과 보광의 테스트 이벤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대회 운영 준비를 위한 기틀을 다져왔다.

     

    이처럼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룹 현안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한진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결국 한진해운이 지난달 22일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하게 됐고, 이날 채권단의 자율협약 개시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그룹 주요 계열사가 자칫하면 법정관리로 내몰릴 위기 상황인 것이다.

     

    그룹의 총수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조직위원장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한진해운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맡게 된 2013년 당시 회사의 부채비율은 1400%, 영업손실은 3000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조 회장은 해운업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채권단이 떠넘긴 한진해운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동안 1조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특히 한진해운이 흑자전환할 때까지 연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채권단이 조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강요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조 회장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한진해운 이슈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경제사절단에 불참하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진행 중인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등 그룹 내 현안이 중요했다는 얘기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앞으로 자율협약을 앞둔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자율협약에 따른 지원을 근간으로 용선료 인하 및 선박 금융, 금융기관 차입금, 공모 회사채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 방안에 집중할 예정이다. 런던 사옥 및 보유 지분 매각, 터미널 등 자산 유동화 등 고강도 자구안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후임 조직위원장으로는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내정됐다. 이 전 장관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장을 역임했고,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지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조직위원장 사퇴 후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