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두산건설, 사채 발행·사업부 매각경남기업·삼부토건, 계열사 판매 등 시행
  • ▲ 한화건설, 두산건설 등 건설사들이 사채 발행이나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공사 현장 모습ⓒ뉴데일리
    ▲ 한화건설, 두산건설 등 건설사들이 사채 발행이나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공사 현장 모습ⓒ뉴데일리


    한화건설, 두산건설 등 건설사들이 사채 발행이나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부채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기 위한 작업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이달 같은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생명의 주식을 담보로 2500억원에 달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두산건설은 최근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를 팔았고 화공기자재(CPE) 사업부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1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발행한다.

    EB는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사채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뜻한다.

    한화건설은 EB 외에도 올해 2000억원 규모 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한화생명 주식을 담보로 중국공상은행 등에서 1000억원 대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 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여왔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한화건설은 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2500억을 갚고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우선주다. 유상증자는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주주로부터 자금을 받는 것이다.

    3000억원에 HRSG를 GE에 넘기는 등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두산건설은 BW로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두산건설도 이미 지난해 렉스콘 공장을 매각하고 올 초 자본감소(감자)를 단행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애써왔다. 

    감자는 주식회사나 유한회사가 자본잠식을 막고 결손을 털기 위해 자본을 축소하는 것이다. 두산건설의 경우 지난 3월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단행했다. 

    또 두산건설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송정호 대표이사에서 곽승환 전무로 교체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건설의 구조조정을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단행한 인사로 풀이된다.  

    이같은 한화건설과 두산건설의 움직임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한화건설은 4393억원, 두산건설은 16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판별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지급이자비용으로 나눠 계산)도 적정 수준인 1에 크게 미달했다. 

    올 1분기에는 두 건설사가 각각 388억원, 2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을 일궈냈다. 하지만 차입금 규모를 보면 한화건설 1조3914억원, 두산건설 1조751억원에 달한다. 부채 비율(재무제표상 부채와 자본의 비율)도 한화건설 276%, 두산건설 202%로 200%를 넘었다.

    이 밖에 다른 건설사도 재무구조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만 1조5172억원을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 1월 자본잠식으로 한국거래소가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던 대림산업 계열사 고려개발도 비슷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고려개발은 유상증자와 감자를 성공시켜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경남기업과 삼부토건은 채무를 갚기 위해 자산을 매도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달 회사의 상징인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을 4540억원에 글로벌 투자회사인 AON BGN에 넘겼고 계열사인 수완에너지도 매물로 내놨다. 삼부토건도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을 팔았고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 증대 등 영업 실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건설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리스크 대비를 위한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측면도 있다"며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유상증자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면 그다음엔 영업 성과가 뒷받침돼야 경영 정상화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결국 손실은 영업에서 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