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發 고객 금융 거래 패턴 변화DSR 도입 후 승인율 높은 전세대출로 눈돌려
  • ▲ 카카오뱅크, 농협은행, 기업은행 전월세대출 상품. ⓒ 각사.
    ▲ 카카오뱅크, 농협은행, 기업은행 전월세대출 상품. ⓒ 각사.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전세대출 시장 선점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대출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고객몰이에 성공하자 다른 은행들도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협은행은 비대면 대출상품 'NH모바일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기존 0.7%에서 1.0%로 확대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전세 계약현장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대출한도 및 금리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며, 은행에 가지 않아도 최대 5억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세자금 대출 이용 시 제출해야하는 재직증명서나 소득 관련 서류 역시 영업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한 스크래핑(scrapping‧데이터 자동추출) 기술로 이용할 수 있어서 고객 편의성이 매우 높다.

약정서나 대출신청 서류를 최소화해 모바일로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고, 지역별 보증금 제한(수도권 4억원, 지방2억원)이 없어 서울이나 수도권, 지방대도시 거주 고객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들이 내놓은 비대면 전세상품의 경우 대부분 대출한도가 2억2000만원, 신규전세자금용도로 한정돼있지만, 농협은행 상품은 신규전세자금은 물론 전세기간 중 생활자금용도로 최대 5억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최근 3월 이사철을 맞아 전세자금대출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어 은행 측은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등 고객 사로잡기에 박차가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도 최근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아이원(i-ONE)직장인전세대출을 선보였다.

기업은행 모바일뱅킹 앱에서 전세계약서를 사진 촬영후 전송하면 언제든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그 자리엣 대출한도와 금리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회사에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장인이면 사용 가능하며, 시세가 확인되는 아파트를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전세계약하고 임차보증금액의 5% 이상 계약금으로 지급했을 경우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업은행 모바일 전세자금대출 역시 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최대한도를 5억원으로 설정해 고객 이용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특히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임직원이라면 거래실적에 상관없이 대출금리 0.1%포인트 추가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은행들이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두 가지로 꼽고 있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스마트폰 기반 전월세대출 상품의 고객 흥행 성공이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대부분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비해 비대면 전세대출상품을 일찌감치 출시했으나 소비자 이용도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기존 은행들의 경우 영업점을 보유 중이고, 전세자금처럼 큰 규모의 금액을 빌릴 때는 스마트폰보다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등 모든 금융영업을 100% 비대면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뒤 소비자들의 금융 거래 패턴이 바뀌면서 전세자금대출 이용 고객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영업시간 외에 전월세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한 고객이 46%에 달했고, 대출 약정 체결은 6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휴일 대출 실행비율도 전체 대출의 11%에 달하는 등 지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전월세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큰 메리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대출 한도는 보증금의 최대 80%인 2억2200만원인데 은행 측은 더 많은 고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출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DSR도입으로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도 한 몫 한다.

지난 26일부터 시행된 DSR로 은행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전월세대출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로 눈을 돌린 셈이다.

DSR 산정시 전세대출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반영되기 때문에 대출이 집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

주택이나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기존 부채와 소득 등 대출 심사가 깐깐하게 진행되다 보니 대출금 규모 축소뿐만 아니라 대출 승인이 거절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등 주담대 이용 고객들은 주로 영업점 방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터넷 전문은행이 고객들의 거래 패턴을 바꾸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의 경우 앞으로 비대면 상품 이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