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협·수협은행 3곳만 신입행원 선발, 나머지는 '무소식'채용비리 의혹·검찰 수사로 금융권 쑥대밭, 몸 사리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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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지난해 은행들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 기조에 발맞춰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렸으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채용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수협은행 3곳이 전부다.약 2~3년 전부터 은행들이 상반기 채용을 없애고 하반기에 몰아서 1년에 한 번 채용을 진행해왔는데 지난해 하반기 분위기가 달라졌다.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전 은행권이 동참했고 그 결과 작년 하반기에만 2000명이 넘는 신입행원을 채용했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도 은행들이 채용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하지만 작년 국정감사 때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 KB금융과 하나금융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은행권 채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게 됐다.최근 금감원이 검찰에 채용비리 수사를 이첩하면서 CEO를 비롯한 임직원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구속까지 이어지는 등 금융권은 쑥대밭으로 변했다.여기에 최흥식 금감원장 채용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금감원장 공백 등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은행들로서는 올해 상반기 공채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채용 시기를 하반기로 미루는 분위기다.현재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공동 채용 모범규준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인 만큼 대부분 은행들은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구체적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현재 신입행원을 뽑는 은행들도 최대한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 채용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기업은행은 올해 채용부터 전형별로 외부기관·외부위원 평가를 도입하고, 서류와 필기전형 전 과정을 전부 외부기관에 의뢰하기로 했다.필기시험은 모두 객관식으로 출제하고 임원 면접의 경우 면접위원의 절반을 외부위원으로 채우는 등 인사 청탁,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절차를 강화했다.농협은행도 점수화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을 외부업체에 위탁했고,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이후 면접에서 외부인사 비중을 높이는 등 공정성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입행원 채용 절차가 까다로워질수록 취업준비생들이 은행 취업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앞으로 면접 전형에서 외부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취업준비생들에게 해당 은행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금융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신입직원 채용에 있어 공정성 강화를 위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점수화할 수 있는 항목이 많아질 수 있다"며 "향후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채용 프로세스 자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보니 취준생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