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제어압연 기술로 내진용 H형강 생산 가능케 해국내서 유일하게 레일 제품 생산...연산 10만톤 생산능력 보유
  • ▲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쌓여 있는 H형강 소재 '빔블랭크'ⓒ뉴데일리
    ▲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쌓여 있는 H형강 소재 '빔블랭크'ⓒ뉴데일리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 것.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입증했다.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꽤 컸다. 대형 아파트에 금이 가는가 하면, 도로도 일부 손상을 입었다. 물론 교육시설에도 큰 타격을 줬다.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는 건물 일부가 부서지는 탓에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연이은 지진으로 국내 철강사들이 생산하는 내진 철강재가 주목받고 있다. 그 중 현대제철이 지난해 11월 론칭한 H CORE는 대표적 내진 철강재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지진 발생지인 포항에서 H CORE 주력 제품인 내진용 형강을 생산하고 있다. 2016년과 지난해 두차례 큰 지진이 한반도에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내진재 적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국내산 철강재 구매을 미루고 있는 탓이다. 내진 철강재는 국산 일반재와 같은 가격임에도 건설사들이 주로 찾는 수입산에 비해서는 톤당 3만원 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지난달 26일 기자가 찾은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내진 철강재인 SHN재는 차치하더라도 주력 제품인 H 형강과 레일 주문량이 많기 때문이다.

  • ▲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생산하는 레일 제품ⓒ뉴데일리
    ▲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생산하는 레일 제품ⓒ뉴데일리
    포항공장 대형압연공장은 하나의 라인에서 세 가지 품목을 혼류 생산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H형강, 내진용 H형강(SHN재), 레일 등 세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한 라인에서 세 품목을 생산하는 까닭에 공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대형압연부에서는 H형강을 생산하고 있었다.

    공장 앞에 들어서자 H 형강 소재인 빔블랭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이제 막 제강공장에서 출고된 소재임을 알린다.

    생산 공정 첫 단계인 연속식 가열로에는 빔블랭크가 1200~1300도로 가열되고 있다. 가열 후 소재는 곧바로 블랙다운밀(BDM)로 들어간다. 블랙다운밀에서는 제품 형상을 만들기 위한 1차 압연공정이 이뤄진다.

    2차 압연 공정은 V1설비에서 진행된다. 압연이 끝난 소재는 RTM(Reverse Tandem Mill·가역식 연속 압연)설비를 거쳐 최종 제품으로 완성된다. 최종 제품은 냉각상에서 수냉 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이후 절단 설비로 옮겨진다. 치수에 맞게 절단된 H형강은 자동 포장설비를 거쳐 최종 출하된다.

    내진용 H형강 생산과정은 일반 H형강과 비슷하다. 다만 수냉처리를 통한 제어압연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현대제철은 수년간 쌓은 경험과 이론을 접목시켜, 완벽한 내진재를 생산하기 위한 컨트롤 압연기술을 체득했다.

    내진재는 소재도 일반 H형강과 다르다. 일반 H형강 소재는 제강공장에서 나온 쇳물을 H형상으로 굳혀 만든 빔블랭크다. 내진 H형강 소재 형상은 일반 소재와 똑같다. 하지만 성분을 달리해 인장강도 수치를 높였다.

    대형압연공장 생산 제품 중 또 다른 자랑거리는 레일이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에서 국내 유일의 레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공장 직원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대형압연부에 근무하는 전재선 차장은 "중1인 아들이 한명 있는데 철도를 지나칠 때마다 아버지가 생산한 제품이라며 뿌듯해 한다"며 "이같은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최고의 제품을 만드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 ▲ H CORE를 사용해 만든 한동대학교 캐노피 출입구ⓒ뉴데일리
    ▲ H CORE를 사용해 만든 한동대학교 캐노피 출입구ⓒ뉴데일리
    레일 제품 생산 과정 또한 H형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재 투입부터 압연까지 진행 과정은 똑같다. 레일은 후처리 공정인 냉간 길이 절단작업(단정작업)이 추가되는데, 이 공정이 끝나면 레일 제품이 완성된다. 레일 소재는 사각형인 블룸이 쓰이는데, 생산과정을 거치면 와인잔 형상의 레일로 바뀐다. 

    현재 포항공장 레일 생산능력은 연산 10만톤 정도다. 현대제철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기대감에 레일 생산능력을 30만톤까지 늘리는 방안도 내부 검토를 마쳤다. 남북 철도 사업이 시작되면 언제든 투입할 준비를 마쳤단 얘기다.

    전재선 차장은 "현대제철의 전기로 기술력은 국내 최고라 자부한다"며 "기술과 품질에 있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2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한동대학교에 약 98톤의 'H CORE'를 기증하며 피해복구를 지원했다. 같은날 찾은 한동대학교는 현대제철의 지원 아래 안전한 건축물로 탈바꿈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안 사람들이 재빨리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제철이 한동대학교에 지원한 내진용 H형강이 모두 출입구 지붕재인 캐노피로 쓰인 이유다.

    장우혁 현대제철 총무팀 차장은 "지진에 불안해 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내진용 철강재 98만톤을 올해 지원하게 됐다"며 "모두 건물 출입구 캐노피에 사용돼,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