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바에 발생할 회복 불가능한 손해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 인정"소액주주 보호 등 증선위 처분 효력 중지가 공익 부합 측면도 있어"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제재 효력이 정지되면서 일단 중요한 고비는 넘기게 됐다. 이로써 삼바는 본안소송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증선위의 처분은 본안소송 1심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이 정지된다. 삼바가 본안 소송 1심에서 패소할 경우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삼바가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처리했는가 여부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해 11월 삼바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 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재무제표 수정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과징금 80억원 등을 의결한 바 있다.

    행정처분의 효력정지제도는 삼바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 지위를 보호하고, 이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나더라도 무의미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법원은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해 삼바에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증선위의 처분 효력 중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 법원, 삼바 회복 불가능한 손해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 인정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에 따르면, 효력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경우나 금전보상으로는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디기 현저히 곤란한 유·무형의 손해다.

    법원은 삼바가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재무제표를 재작성해 공시할 경우,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봤다.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 혹은 금전보상으로 참고 견디기 현저히 곤란한 손해"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만약 삼바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는데도 증선위의 잘못된 회계처리기준 해석으로 재무제표 재작성 등 처분을 집행한다면, 뒤늦게 본안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나더라도 그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또한 법원은 삼바의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 등을 대체할 전문경영인 후보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해임이 이뤄질 경우, 삼바에 심각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바를 세계 3위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태한 사장과 유사한 수준의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물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는 처분의 성질, 처분 상대방이 입는 손해의 정도, 본안 청구의 승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 법원은 "삼바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적당한 방법이 없으므로,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증선위 처분 효력 중지, 소액주주 보호 등 공익 부합 측면 판단

    법원은 증선위의 처분 효력 중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행정소송법 제 23조 제3항에 따르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는 해당 처분과 관련된 구체적·개별적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힐 개연성을 뜻한다.

    법원은 증선위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해서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힐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오히려 법원은 행정처분 효력 정지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행정처분으로 인해 삼바뿐 아니라 삼바에 투자한 소액주주도 경제적인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선위의 처분이 이뤄지고 난 후 본안소송 판결에서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명될 경우, 해임된 경영진을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법률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법원은 "증선위의 처분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삼바에 제재 조치를 가함으로써 회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본안 판결 이후에 집행이 이뤄지더라도 해당 처분이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법원은 삼바의 분식회계 여부를 따지지는 않았으나, 삼바의 2012년과 2014년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법원은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지난 2017년 참여연대의 질의에 삼바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점과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이 2012년과 2014년의 회계처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는 소견을 제시한 점 등에 주목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삼바 측은 한시름 놓고 본안소송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증선위 측은 이번 법원 결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 후 즉시항고 여부 등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본안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본안소송에서 삼바의 고의 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싼 쟁점을 본격적으로 다투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