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복지부와 협의 중 산업부 통해 규제 완화… 부처간 갈등 유발"마크로젠, "규제 샌드박스 선정 업체 증가할 것… 실증특례 연구 결과 공유할 것"
  • ▲ 마크로젠 로고 ⓒ마크로젠
    ▲ 마크로젠 로고 ⓒ마크로젠

    마크로젠의 소비자분석의뢰(DTC) 유전자검사 사업이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된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로부터 비난이 빗발치는데다 마크로젠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눈밖에 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마크로젠과 DTC 유전자검사 업체들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11일 마크로젠의 DTC 유전자검사 사업을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마크로젠의 DTC 유전자검사 항목이 기존 12개에서 25개로 확대됐다.

    그간 국내에서는 DTC 유전자검사가 가능한 항목이 12개로 제한돼 있어 기술력이 있어도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해 DTC 유전자검사 기업 19개사가 모여 지난 2015년 7월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이하 유기회)를 출범했다.

    유기회는 기존 12개 항목을 121개로 확대하는 규제 개선안이 제안했으나, 지난해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생위)'의 반대에 부딪혔다. 병원이 아닌 민간에서 DTC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는 게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질병을 제외한 웰니스 항목을 확대하는 'DTC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다 지난 11일 마크로젠의 DTC 유전자검사 사업이 산업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됐다. 복지부가 시범사업 공고를 내기로 한 14일을 앞두고 불과 3일 전에 벌어진 일이다.

    업계에서는 대책반을 모아 긴급 회의를 여는 등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기회를 구성해 함께 복지부와 규제 완화를 위해 논의 중이던 상황에서 마크로젠이 산업부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드러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인해 업계 혼란을 부추긴 것은 물론, 복지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특성상, 마크로젠만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는 것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사이자 유기회 회장사로서 지위를 남용해 특혜를 받게 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빗발쳤다.

    양갑석 마크로젠 대표는 지난 12일 규제 샌드박스 선정 특혜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메일을 회원사들에 보냈으나 업계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인해 회장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은 분명하다"고 냉소했다.

    그런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14일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고,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에 적용할 검사 대상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웰니스 위주 57개로 확대했다. 또한 기존에 46개로 한정됐던 대상 유전자를 시범사업에서는 검사기관이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게 했다. 확대 대상은 영양소, 운동, 피부·모발, 식습관, 개인 특성(알코올 대사, 니코틴 대사, 수면 습관, 통증 민감도 등), 건강관리(퇴행성관절염, 멀미, 요산치, 체지방율 등), 혈통(조상 찾기) 등이다.

    특히 복지부는 산업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실증특례는 특례를 부여받은 검사기관에 한해 연구 목적으로 질병예방 유전자 검사항목의 효과를 검증 후 규제개선 시 국생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최근 산업부에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실증특례를 부여 받은 마크로젠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은 복지부와 별도로 진행되는 건이기 때문에 마크로젠은 실증특례 후에 복지부의 허가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는 업체는 마크로젠뿐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 숙원인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질병으로 확대하는 게 어려웠던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마크로젠은 질병으로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확대하기 위해 의료계와 충돌할 경우 업계의 도움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

    마크로젠은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적용을 받는 DTC 유전자검사 업체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재 다수의 DTC 유전자검사 업체가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신청해둔 상태다.

    또한 마크로젠은 실증특례를 통해 향후 2년간 13개 질병을 포함한 25가지 유전자 검사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업계와 공유할 계획이다.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아니지만 DTC 산업계에 기여하기 위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마크로젠은 업계와 함께 DTC 유전자검사 질병예측 항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었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3~4개사 정도 더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선정되면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