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개 현지 로컬업체와 경쟁… 중국 매출 22%↓설비투자·인건비도 부담… 18년 전체 영업익 14%↓
  • ▲ 베이징 시내에 자욱한 스모그 ⓒ 연합뉴스
    ▲ 베이징 시내에 자욱한 스모그 ⓒ 연합뉴스

    경동나비엔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기대했던 중국 정부의 석탄개조사업(메이가이치)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서다. 석탄난방을 가스보일러로 대체해 대기 질 개선을 꾀한다는 중국의 석탄개조사업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뒷전으로 밀려있는 상황이다.

    경동나비엔은 석탄개조사업을 기회로 중국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콘덴싱 보일러 기술이 중국 정부 사업 방향과 맞아떨어져 더욱 유리했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 회사 중 유일한 중국 정부 공식 거래업체다.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로 지난 2017년엔 130억원을 투입해 베이징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인력 증원과 마케팅을 위한 비용 투자도 이어졌다.

    대규모 투자에도 지난해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관련 갈등을 겪으며 환경 정책 대신 관세 정책에 집중한 탓이다. 정책 축소로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경동나비엔의 중국 매출은 약 275억원으로, 전년(353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보일러 발주량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추산 지난해 메이가이치 관련 보일러 발주량은 약 190만대로, 17년 발주량인 380만대의 절반에 그쳤다. 발주량 축소로 베이징 공장 생산 제품 일부가 재고로 남는 등 어려움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 ▲ 경동나비엔 베이징 신공장 ⓒ 경동나비엔
    ▲ 경동나비엔 베이징 신공장 ⓒ 경동나비엔

    중국 실적 감소는 지난해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공시된 잠정 실적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267억원, 408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6.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6% 감소했다. 수익 악화의 주된 요인은 중국 내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건비 증가로 나타났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올해 수익성 감소는 중국 사업 실적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현지 공장 설비와 인력 증원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라며 “중국 정부의 메이가이치 사업 추진 정체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지 업체 일부는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경동나비엔이 중국 실적을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정부 사업을 염두에 두고 생겨난 로컬 기업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석탄개조사업을 의욕적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구체적 시기를 장담할 수 없어 어려움이 계속될 수 있다”면서 “정부 사업에 맞춰 수천여 곳의 로컬 기업이 생겨난 데다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위주로 물량을 내줄 수 있다는 어려움도 있어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