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확산,갑질→경영권 개입 정당화 안돼"어느 기업이 모험적 경영과 투자를 하겠느냐"
  •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월 주총 시험대,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월 주총 시험대,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국민연금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가 기업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영권 침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심리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월 주총 시험대,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최근 이슈로 떠오른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근간인 스튜어드십코드 제도 도입 배경과 문제점에 대해 토론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 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조성된 후 이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투자기업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라는 취지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가 지나치게 확산되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진그룹의 경우, '땅콩 회항' 사건과 수백억원대 비리 의혹 등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은 해소되는 것이 맞지만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주권 행사 방식은 '정관변경 주주제안' 방식으로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3년간 결원으로 본다'는 조항의 신설이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사가 배임이나 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이사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규범화한다는 것은 자칫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형사처벌과 관련해 이사 자격을 제한하면 기업들의 모험적 경영을 위축시키고 더 나아가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해당 기업의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는 충분조건도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빈번한 경영권 개입은 오히려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면서 "위험만 있으면 악의적 의도가 없었던 경영판단에 대해서도 배임죄를 인정하는 우리나라 법제도에서는 국민연금의 한진칼 변경안이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4년 10월 SK(주)의 지분을 14.99% 소유한 소버린이 중대 형사범죄행위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인사의 이사직무 수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으나 SK(주)가 부당한 요구라며 부결시킨 바 있다. 당시 재판부도 이사자격을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본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선택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진식 변호사는 "오너 가족의 사회적 일탈 행위가 문제됐던 한진그룹과 대리점주에게 본사 영업직원이 갑질을 한 남양유업은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른바 '갑질'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대상이 된 것은 다분히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율을 갖고 있는 기업은 신세계(13,62%) 등 31개사에 이른다. 이들 중에서 시가 배당률이 1%도 안되는 회사가 다수임에도 이른바 '갑질' 논란이 일어난 두 회사에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집중한 것은 대상 선택에 자의적 잣대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두 회사는 지난해 국민연금 투자해서 이익을 낸 기업이다. 10대 그룹 계열사들 대다수 연금이 지난해 투자했다가 원금을 최대 -17.8%나 까먹을 정도로 손해를 입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이 이런 회사들의 경영상태를 문제제기 하지 않은 것도 자의성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표면적으로는 주주를 홀대하는 저배당 문제를 제기하면서 두 회사에게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며 "국내 상장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오너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민연금의 이번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