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1년 지났지만… 재도입 논의 '지지부진''과기정통부 VS 방통위', 사후규제안 놓고 입장차KT·딜라이브 속앓이… "소비자 및 시장 혼란만 가중"
  •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진전 없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시장 내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합의점 도출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방송통신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지난해 6월 일몰된 이후 1년 가까이 재도입 논의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야 대립에 따라 국회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데 이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합의점 찾기는 사실상 안갯속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업계(IPTV·위성방송·케이블TV)의 합산 점유율이 33.3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둔 법안이다. 

    지난해 6월 일몰됐지만 연장 및 재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올 초부터 이어진 여야 갈등으로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관련 논의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처 간 극명한 입장차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과방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과기정통부에 사후규제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방통위가 규제를 통한 시장 독과점 제한을 앞세우면서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과기정통부가 합산규제 및 시장점유율 폐지, 유료방송 요금 신고제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경쟁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방통위는 유료방송 요금 인가제와 시장집중사업자 직접 지정 등으로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국가는 유료방송 진입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추세"라며 "유료방송 점유율 제한 역시 2000년대 초반에 모두 없앤 상황으로 시장 변화를 외면하면 (한국은) 규제의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유료방송 M&A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다양한 대안 모색 과정과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KT와 딜라이브의 속앓이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30.86%)의 경우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잇따라 케이블TV 인수 및 합병을 확정한 것과 달리, 합산규제 재도입 이슈로 인수·합병 추진에 손발이 묶인 상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인 CJ헬로(12.61%), SK텔레콤은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9.6%)와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인수·합병이 확정될 경우 양사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각각 24.54%, 23.92%로 KT와의 격차는 한 자릿수대로 좁혀진다.

    KT의 인수가 유력했던 딜라이브(6.29%) 역시 다음달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융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합산규제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와 관련해 여야 또는 부처 간 입장이 극명히 갈린 만큼 당장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논의가 보다 장기화될 경우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