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지원대상서 멀어져中 지리차 등 해외기업도 손사래단기차입금 3899억, 새주인 물색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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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줄이 말라간다. 당장 막아야 할 금액만 3899억원이다.

    이런 처지에도 손 내밀 곳은 없다. 정부도 해외 기업도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 여름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국내 대표 SUV 전문기업 쌍용자동차 얘기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신규투자를 거부하면서, 쌍용차가 회생불능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기대를 걸었던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게 큰 타격이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로 조성된 정책 기금을 일컫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쌍용차의 기안기금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 없다. 마치 산업은행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쌍용차의 지속 생존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많은 노력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또한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 문제가 있는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쌍용차는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줄고,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원이 어려워졌단 점을 들며 기안기금 대상이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현재 쌍용차의 경영난은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못박으며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멀어졌다.

    쌍용차가 정부 지원을 절실히 바라는 이유는 이른 시일내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기준 쌍용차가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빚은 총 3899억원이다. 이 가운데 1688억원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구체적으로는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 등이다.

    외국계 은행의 차입금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 초과 상태를 유지해야 한단 조건을 붙어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경영권을 놓는 즉시 대출을 상환해야 한단 얘기다. 

    최근 쌍용차는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하지만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업황에서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쌍용차 새 주인 찾기는 예상보다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 베트남 빈그룹 등을 인수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이에 중국 지리자동차는 외신을 통해 "쌍용차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비야디 등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투자를 한다해도 지속 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단 점은 쌍용차 인수를 꺼려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같은 판단은 쌍용차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쌍용차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쌍용차의 5월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1.9% 감소한 8254대에 그쳤다. 1~5월 누적 판매 또한 3만9206대로 전년 대비 32.4% 줄었다.

    더 큰 문제는 판매 감소폭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단 점이다. 수출 판매가 적은 쌍용차로선 내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경쟁사들은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며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르노삼성은 XM3에 이어 지난달 소형 SUV 캡쳐를 출시했으며, 한국지엠 역시 동급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를 내놓았다. 세 모델 모두 티볼리 경쟁모델로 꼽힌다는 대목에서 쌍용차에겐 큰 부담이다.

    생존이 불안정한 상태라 고객들이 쌍용차를 선뜻 선택하기 어렵단 점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외치는 쌍용차에게 정부 지원과 함께 새 주인 찾기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하려면 사업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쌍용차가 처한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정부와 해외 기업들 모두 외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직간접적으로 쌍용차에 얽힌 고용인원이 대략 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며 "고용을 중요시하는 정부가 쌍용차가 이대로 쓰러지게 놔두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