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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삶을 몇 달 만에 바꿔놓았다. 사람들 간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원격교육 및 재택근무는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이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됐다. 본지는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내 IT 기업들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
◆'금융-결제플랫폼-쇼핑·콘텐츠' 체계 조성…'락인(Lock-in)' 소비 극대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CT 기업들은 '금융-결제플랫폼-온라인 쇼핑·콘텐츠' 등으로 이어지는 비대면 서비스 순환 체계를 만들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자산을 묶어둘 수 있는 자체적인 통장 서비스를 출시하고, 연동된 결제 플랫폼 내에서 '쇼핑·콘텐츠' 등의 소비를 창출시킴으로써 언택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연 3%의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저금리 시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결제 플랫폼인 네이버페이와의 강력한 연동 경험도 특징이다.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하면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제공한다.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 등 '더블 혜택'을 주는 셈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통장 이용자들은 해당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특히 쇼핑과 웹툰 분야 활성화를 강조하며 관련 생태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대표는 브랜드 스토어를 통한 커머스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에 브랜드 스토어를 30개 오픈했다. 올해 200개 달성을 목표로 한다"며 "성과와 개선점을 잘 모니터링해서 물류 업체들과 협력방안을 모색해 감은 물론, 상품을 실시간 영상으로 소개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점차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홈콕'족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수요 증가세로 인한 웹툰 기반 관련 사업 확장도 다짐했다. 한 대표는 "웹툰 MAU가 해외에서 많이 증가했다. 북미와 유럽 DAU가 굉장히 많이 증가했다. 이 부분이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올해는 북미와 일본 등 이용자 확보에 노력하고 예산 범위 내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출시, 계좌 이체 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카톡 친구에게 송금·수취가 가능토록 편의성을 높였다. 합리적 금리, 입출금·이체 시 수수료 무료, 송금 수수료 무료 등도 추가했다.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통해선 인증·청구서·증권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카톡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카카오커머스와 연계한 사업 확대도 무섭다. 카카오의 지난 1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41% 증가한 4418억원을 기록했는데, 카카오커머스의 1분기 전체 거래액이 전년대비 55% 늘면서 관련 증가분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K스토리'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에도 발을 넗히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와 한국 SF 영화 '승리호'의 IP를 다양한 스토리 포맷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단순히 '웹툰의 영상화'가 아닌, 하나의 IP가 무궁무진한 포맷의 스토리로 확장해가며 'IP 유니버스'를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
◆공적 서비스 제공 '앞장'…시장 점유율 '공고화'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적 서비스 제공을 통한 자사 서비스 이용률과 포털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공고히 하고 있다.
먼저 감염병 고위험시설군 업장에 대한 정부의 전자출입명부 의무 적용에 따라 QR코드 출입증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한 라이브 기능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상시 지원 중이다. 네이버는 '밴드'를 통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라이브 기술을, '네이버TV'로 학교·단체 대상 라이브 방송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카카오도 쌍방향 영상전송 서비스 '카카오TV', '카톡' 내 다양한 기능을 통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카카오는 인터넷 유저 90% 이상이 사용 중인 '카톡' 기반 질병관리본부와 '카톡 챗봇 코로나19 증상 상담 서비스'를 개설했다. 카카오맵 등을 통해선 마스크 구매가 가능한 '약국 알림 기능'을 제공 중이다.
양사는 이 같은 공적 사업의 확대를 위해 최근 각종 규제 완화를 국회에 요구, 관련 사업의 의지를 다졌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6일 국회서 열린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 참가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가 느꼈던 무기력함은 감염병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거나, AI 기술 혹은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이 팬데믹하게 갈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는 부분이었다"며 "위치데이터를 익명으로 확인할 수 있어 밀집지역을 미리 데이터화하거나, 지도화해 정보를 제공할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 기술적으로 준비는 되어 있으나 허가나 제도, 법적 준비가 제반되어 있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울러 국내 플랫폼과 외국 플랫폼이 한국 유저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규제에 노출되는 방식, 정도, 규제를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의 정도가 다른 거 같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국민들 생활 저변에 퍼져있고, 국내 커머스도 외산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국 플랫폼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 활성화의 선결조건으로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의 역차별 해소'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중국 알리바바와 일대일로 맞붙어 우리가 이기겠다고 하면 좋겠지만, 개발자 인력이나 자금 규모가 20∼30배 더 큰 기업들"이라며 "글로벌 기업 등 국내 모든 기업에 같은 규제 기준이 적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