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빠른 전환… 아시아나 정상화 속도전 현산에 계약금 2500억원 한푼도 안돌려줄 것채권단 주식전환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 산업은행이 예상을 뒤엎고 HDC현대산업개발에 재실사 '거부'라는 초강수를 띄운 것을 두고 "참을만큼 참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산업이 위기를 겪자 "산은이 돕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현산 측은 대면협상은 피한 채 '공문'으로 논의하자며 재협상, 재실사 등 사실상 계약 지연 전술을 펼쳐왔다. 

    산업은행은 협상 당사자인 현산에 '노딜' 선언을 압박함과 동시에 플랜B로 빠르게 전환해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시킨다는 계획이다. 

    3일 산업은행은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달 30일 매도자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했다. 

    산은의 재실사 거부 요점은 간단하다. 

    더이상 현산을 협상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재실사 요청은 과도한 수준으로 기본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종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면 협상을 요청했는데 응하지 않다가 거래종료 당일에야 12주간의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은 없고 거래 종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산은은 현산이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어가려면 ▲증자 이행 ▲계약금 추가납입 등과 같은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의 이러한 태도는 계약 무산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다. 

    어차피 깨질 판이라면 조속히 딜을 마무리 짓고 플랜B로 넘어가 하루 빨리 아시아나 정상화를 이루는 편이 낫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또 계약파기의 책임자로 현산을 지목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산업이나 산업은행은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면서 "현산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플랜B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먼저 매각 무산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시장안정 도모, 유동성 지원 및 영구채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영 안정화 이후 저비용항공사(LCC) 분리 매각이나 자회사 처리 등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 37%의 최대주주로 올라 설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는 금호산업으로 지분율 30.7%이다. 

    당장 아시아나의 새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만큼 산은이 관리하에 있다가 항공업황이 나아지면 새 주인찾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50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 문제로 현산이나 금호나 노딜선언을 하기 쉽지 않은 처지"라면서 "오늘 산은의 발언은 현산의 버티기 차단용인데 현산이 어떻게 반응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