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뚝심'… 아시아나에 적용될까이 회장, 현산에 요구하는 것은 '신뢰'구주가 인하-채권단 지원 등 카드 많아
  •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을 시장에 내놓으며 '장부가'를 내려놨다. 철저하게 '시장가' 원칙으로 매각을 성사시켰다. 

    금융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열쇠는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아닌 산은 이동걸 회장이 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딜이 성사되려면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가격 조정과 정부 지원까지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정 회장이 아닌 이 회장이라는 것이다. 

    ◇ KDB생명 매각 '뚝심'… 아시아나에 적용될까

    산업은행은 10년 전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떠안은 금호생명은 KDB생명으로 간판을 바꾼 채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산은이 지금껏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2천억원에 달하는데 턱없이 낮은 인수가에 배임보다 매서운 '혈세낭비' 논란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KDB생명 매각 성사를 위해 체질부터 개선했다. 

    산은 출신 낙하산을 제한하고 흑자회사로 전환했다. 시장이 보기에 매력적인 매물로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에는 34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회장은 KDB생명에 적극적인 신뢰로 화답했다. 자신과 가족의 목돈을 KDB생명에 맡기면서다. 

    올해 공직자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회장은 KDB생명에 4093만원을 맡겼다. 지난해에는 3328만원이었다. 자신의 두 자녀 역시 KDB생명에 각각 1281만원, 1054만원 규모의 상품에 가입돼 있다. 

    ◇ 신뢰 거듭 강조… 이 회장 결단 땐 전폭 지원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인 현산에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신뢰'다. 이 회장은 현산이 '공문'으로 재협상을 요청했을 때도, 정몽규 현산 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도 '신뢰'를 강조했다. 

    신뢰가 바탕이돼야 '지원'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현산에 안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먼저 현산이 주장한 재협상, 즉 가격조정이다. 지난해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1주당 4700원)에 인수하고 2조1771억원은 유상증자하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는 것은 추가 자금부담으로 이어져 현산측에서는 구주 가격 인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를 금호가 반길 리 없다. 금호 구조조정 과정서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를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금호산업 쪽에서는 전체 구조조정 그림이 흐트러질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입으면서 아시아나 주가는 큰 폭으로 추락했다. 2일 기준, 3820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SPA 체결시점 5000원을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하면 30%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현재 금호 측에 '시장가'를 제시하며 가격인하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은 이 회장밖에 없다.

    동시에 정부가 마련한 기간산업기금 역시 산업은행 산하에 있다. 

    정부가 40조원을 들여 항공·해운 등을 지원하는데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M&A 문제로 지원에 비껴서 있다. 기안기금운용심의회에는 산은 추천 위원도 포함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지금 현산에 요구하는 것은 신뢰다. 이것이 충족된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결단을 내리면 채권단 차원의 여러가지 지원책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