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자제·길어진 재택에 화장품, 의류 판매 부진배달·온라인 강화로 정면돌파 시도… 일각에선 구조조정라이브방송·신사업 진출 등 신성장동력 모색 박차
  • ▲ SSF샵ⓒ삼성물산 패션부문
    ▲ SSF샵ⓒ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패션·화장품업계가 전례없는 위기에 빠져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재택, 집콕 생활이 늘면서 화장품, 의류 판매가 부진했다. 위기를 반영하듯 인력 감축에 매장을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업계의 10대 뉴스를 한 눈에 살펴봤다.

    ◇ "옷 온라인에서 산다" 온라인몰 강화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폭증하며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4조24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8712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9조53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9% 증가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오프라인 매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든 대신 온라인으로 쇼핑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 8월 14조771억원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14조원대를 넘어섰다.

    이에 대형 패션기업들은 올해 잇따라 온라인 전용브랜드를 론칭하고 유통채널 강화,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총력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패션전문 온라인 플랫폼들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에 힘입어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올해 거래액이 각각 1조5000억원, 8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봤다.  
  • ▲ 랄라블라 화장품 배달ⓒGS리테일
    ▲ 랄라블라 화장품 배달ⓒGS리테일
    ◇ 화장품이 배달이 된다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떠오르면서 화장품업계가 잇따라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통상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일반 택배 배송으로만 상품을 판매해왔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온라인 쇼핑으로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생활밀착형 O2O(온·오프라인 연동) 서비스 김집사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니모리도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앱에 입점해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H&B스토어도 가세했다. CJ올리브영은 메쉬코리아 물류 브랜드 부릉과 손잡고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몰과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에서 구매한 제품을 최대 3시간 안에 배송한다. 랄라블라도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 ▲ 유니클로 매장 전경ⓒ유니클로
    ▲ 유니클로 매장 전경ⓒ유니클로
    ◇ 적자에 철수… 무너지는 日 브랜드 

    국내 진출한 일본 브랜드들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 여파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19년 9월1일부터 2020년 8월31일(16기)까지 한국에서 영업손실로 88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6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781억원 대비 54.3% 하락하며 반토막났다.전년도 1633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994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일본 브랜드들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가운데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한국 시장을 떠나는 업체도 생겨났다. 니코앤드가 올해를 끝으로 한국에서 철수한다.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가 8월 한국 매장 운영을 중단했다. 한국 진출 2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의류 브랜드 데상트코리아는 주니어 브랜드의 단독매장을 철수해 불매운동 등에 의한 타격을 상쇄키로 했다. 데상트코리아의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의 단독매장 47곳 영업을 중단하고 데상트 일반 매장에서 통합 운영한다.  

  • ▲ ⓒ신세계인터내셔날
    ▲ ⓒ신세계인터내셔날
    백화점·홈쇼핑 옛말… '라방'이 뜬다

    패션·화장품업계가 라이브 커머스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구매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송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3조원 규모인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3년까지 8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미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력을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15조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 아모레퍼시픽 등 패션·화장품 업체들은 주요 유통 플랫폼과 손잡고 실시간 동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 ▲ 피아제 부띠끄 매장ⓒ현대백화점
    ▲ 피아제 부띠끄 매장ⓒ현대백화점
    ◇ 코로나도 빗겨간 명품 사랑

    코로나 사태로 소비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잘 나가는 상품이 있다. 바로 명품이다.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오면 명품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명품 재고 판매에 나선 면세점 사이트가 마비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4조8291억원으로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큰 규모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국내 명품 시장은 2018년 4.7% 성장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37.1%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시장 중국과 미국이 위축된 것과 상반된다.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세계 명품시장이 전년 대비 23.0% 감소할 것으로 봤다.
  • ▲ 한산한 명동 거리ⓒ연합
    ▲ 한산한 명동 거리ⓒ연합
    ◇ 침체기 빠진 화장품 로드숍… 너도나도 적자

    화장품 전성기를 연 화장품 로드숍(가두점)들이 유통 채널 변화에 더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3분기 매출 8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8% 역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에뛰드는 매출 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51억원을 기록했다.

    미샤, 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3분기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한 매출 6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15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잇츠스킨 등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한 매출 311억원을 올렸으며, 영업손실은 23억원으로 증가했다. 토니모리는 매출 249억원, 영업손실 49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6% 줄었으며, 적자 폭은 확대됐다.
  • ▲ 세이브 디 어스 플리스 후드 재킷ⓒ노스페이스
    ▲ 세이브 디 어스 플리스 후드 재킷ⓒ노스페이스
    ◇ 가치소비에 친환경 바람 

    올해도 패션·화장품업계에 친환경(Eco-Friendly) 바람이 불었다. 가치소비와 착한소비가 최신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과 관련된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대표적으로 노스페이스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 맞춰 페트병 1080만개를 재활용해 만든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재활용 등의 방법으로 제작돼 국제 친환경 인증(GRS)을 획득한 원사만 사용해 만들었다.

    한국콜마는 최근 화장품 플라스틱 튜브를 종이로 대체한 종이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플라스틱 사용량의 8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월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 리필 스테이션 문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판매하는 15개 제품의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 코코넛 껍질로 만든 용기에 담아 g당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LG생활건강도 환경을 고려한 포장재를 개발·적용할 수 있도록 그린 패키징 가이드를 시행 중이다.
  • ▲ 라이크와이즈ⓒ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 라이크와이즈ⓒ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 코오롱도 한섬도, 패션회사 신 먹거리는 '화장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이 주름잡고 있는 화장품업계에 패션업계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패션업계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커졌지만 새로운 브랜드들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존 브랜드의 틈을 비집고 진입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친환경 스킨케어 브랜드 라이크와이즈(Likewise)를 론칭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지난 5월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회사는 내년 초 스킨케어 브랜드를 출시하고 이후 색조 화장품과 향수 등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 ▲ 골프장ⓒ연합
    ▲ 골프장ⓒ연합
    ◇ 조용히 웃는 골프웨어 업계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 전반이 불황을 겪는 가운데 골프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해외여행이 제한, 주 52시간 근무 확산 등으로 여가시간이 증가하면서 생활체육 활동으로 골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골프 활동 증가로 인한 내수진작 경제적 효과가 최대 3.1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 운영업 등 국내 골프산업 시장규모는 지난해 6조7000억원에서 2023년 9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030세대가 골퍼가 골프용품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골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젊은 여성들도 즐기는 레저 활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골프웨어 매출 가운데 30대 신장률은 21.1%로 가장 높았다. 20~30대 매출 신장률도 26.9%로, 40~50대 신장률인 26.0%보다 0.9%포인트 높았다. 이에 골프의류 업체 까스텔바쟉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469억원, 56억원을 기록했다.  
  • ▲ 아모레퍼시픽 로고
    ▲ 아모레퍼시픽 로고
    ◇ 감원·급여삭감… 구조조정 확산 

    코로나19 확산이 경제를 강타하면서 패션·화장품업계에도 구조조정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체들은 사상 최악의 내수 부진에 해외 시장 마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으면서 생존을 위한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말까지 주4일 근무제, 급여 10% 삭감, 무급휴직 등 조치를 시행 중이다. LF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직후 임원진이 급여를 30% 반납하기도 했다.

    학생복 업체 형지엘리트는 올 상반기 40여 명의 본사 정직원 중 5명을 감축했다. 국내 의류 전문기업 신원도 해외사업부 소속 팀 1개를 축소하며 직원 7명을 내보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15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근속연수 및 5개월치 급여,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40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