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경제5단체장 간담회… 올들어 3번째 회동洪 "경기회복 3분기 관건…7월 들어 회복세 주춤""기업·경제계와 끊임없는 정책 소통, 애로 해소"경총 "과도한 법인세·상속세율 부담… 인하해야"법인세 국세수입의 22% 차지…선뜻 수용 어려울듯손경식 "이재용 취업제한 문제 부총리가 계속 챙겨"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위기에도 견조한 수출로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재계 관계자를 만나 끊임없는 정책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가려운 곳을 얼마나 긁어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적잖다. 당장 경영계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인세·상속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씀씀이가 큰 문재인 정부에서 중요한 세원인 법인세를 손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경제단체장 간담회는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올 들어 3번째다.

    홍 부총리는 "큰 틀에서 경제계의 현장 말씀을 경청하고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면서 구체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과 2030년 제출 예정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준 등의 경제 사안을 예시로 들었다. 홍 부총리는 "경기 회복과 미래 경제 대비를 위해 경제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나가기를 고대한다"면서 "기재부-대한상의 간 '디지털 분야 우수인재양성 프로그램 확대 업무협약(MOU)' 등 정부·경제단체 간 협력 모멘텀과 MOU 등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참석자들은 경기 전망과 함께 코로나 4차 확산에 따른 재정·세제·금융지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4.2% 달성과 관련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방역, 경제 심리, 실물 동향, 재정·금융 정책 대응 등 여러 측면에서 3분기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인구 70%인 3600만명에 대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뒤 일상으로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7월 들어 코로나19 4차 확산과 방역 강화로 경제 피해 가중은 물론 개선 흐름을 이어오던 경기회복세가 경제심리지수 하락 등으로 주춤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추가 충격과 어려움 가중이 안타깝다"면서 "정부는 하반기 내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고, 철저한 방역과 조화를 이루는 범주 내에서 경기 흐름을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금은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격변기"라며 "경제계가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게 정부가 용기를 주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는 이미 (탄소중립 분야에) 천문학적 투자에 나선다. 우리도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연구·개발(R&D) 투자에만 막대한 자금 소요돼 기업이나 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전기차 인프라 문제를 거론하며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을 매년 확대하는데 우리는 지원예산이 조기 소진되거나 대기하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이날 홍 부총리는 기업·경제계와의 끊임없는 정책소통을 역설했다.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소원수리를 해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적잖다. 당장 경총이 지난 10일 정부의 2021년도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법인세·상속세율 인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재정당국이 호응할지 불분명하다.

    경총은 기재부에 경영계 의견을 제출하며 법인세법과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아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호소했다. 경총은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8번째로 높다"며 "법인세수가 국내총생산(GDP)과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2%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상속세도 최고세율을 내려야 한다는 태도다. 경총은 "국내 기업 상속 시 최고세율은 60%로 사실상 OECD 최고 수준"이라며 "최고세율을 25%로 내리고 일률적인 최대 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경총은 조세특례제한법과 관련해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현행 60%에서 80%로 올리고 R&D 비용 세액공제율도 2%에서 6%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반기업 정서를 분명히 해온 문재인 정부가 경영계 의견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법인세 인하만 놓고 봐도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씀씀이가 커진 문재인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일 기재부가 내놓은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올해 6월까지 국세수입은 181조7000억원으로, 이 중 법인세(39조700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21.8%였다. 국세 수입의 5분의 1을 법인세에 의존하는 셈이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편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취업제한 문제에 대해 "(홍 부총리가) 법무부 장관에게 불편 없이 잘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한다"며 "부총리 본인이 계속 챙겨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해제에 대해서는 따로 건의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