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 13년 만에 최저'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에 매매시장 하락 여파청담 대우-잠실 리센츠 등 강남 아파트 잇달아 유찰"부동산 위축에 실수요 진입 부담 여전… 침체 장기화"
  • ▲ 자료사진.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DB
    지난달 전국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0.6%로 올해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파트 낙찰률은 26.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아파트 매매시장 하락 등의 여파로 아파트 경매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1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지난달 경매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262건으로 이중 546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3.3%로 전월 45.0%에 비해 1.7%p 하락했다.

    경매시장에서 낙찰률 하락은 유찰에 따른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물건에 응찰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경매 물건이 한번 유찰되면 경매 시작가는 20% 하락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금 경매 물건들은 대부분 약 6개월전 감정가가 매겨져 현 시세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경매 참여자들이 응찰을 꺼려 낙찰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D동 30층 전용 84㎡의 경우 이달 2일 경매를 했지만 유찰됐다. 감정가는 23억1000만원이며 현재 매매시장에서는 비슷한 층수 아파트가 27억원 전후의 호가로 나와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 대우 유로카운티' 104동 12층 전용 157㎡ 역시 지난달 26일 유찰됐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 삼성' 104동 7층 전용 85㎡도 같은 날 유찰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63동 27층 전용 124㎡의 경우 지난달까지 총 세 차례 유찰되기도 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한두번 유찰돼 가격이 하락한 물건에만 일부 참가자가 관심을 보이는 등 대부분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낙찰된 물건도 1위와 2위 가격차가 큰 경우가 많아 낙찰받은 이가 실제 잔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추가로 유찰이 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찰가율은 전월 93.8% 대비 3.2%p 낮은 90.6%를 기록해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94.3→93.8→90.6%)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가면 낙찰된 물건의 입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뜻이다. 평균 응찰자 수도 5.8명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로 집계됐다.

    서울아파트 경매지표도 모두 하락했다. 특히 낙찰률은 26.6%로, 전월 56.1%보다 29.5%p나 하락하면서 2008년 12월 22.5%이후 13년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 역시 전월 110.0% 대비 13.4%p 하락한 96.6%로 집계됐다. 평균 응찰자수도 전월 3.6명보다 0.6명이 줄어든 3.0명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45.6%로 전월 46.4% 대비 0.8%p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92.6%로 전월 90.7%에 비해 1.9%p 올랐다. 평균 응찰자수는 10.3명으로 전월 8.0명에 비해 2.4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에서는 감정가 2억원대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낙찰가율과 평균 응찰자 수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아파트 낙찰률은 31.3%로 역대 3번째로 낮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가율(89.1%)은 전월 88.8%와 비슷한 수준으로 두달 연속 80%대에 머물고 있다. 평균 응찰자수는 전월 5.4명보다 0.9명이 감소하면서 올 들어 가장 낮은 4.5명을 기록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지속하는 대출규제와 지난달 단행된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 매매시장 위축이 경매지표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경매시장 흐름은 일반 아파트 매매시장 움직임에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본격 하락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반면 경매시장의 경우 비교적 일찍 반응해 2008년 상반기 1790건이었던 경매 진행 건수가 하반기에는 2218건으로 늘어났고 △2009년 상반기 3007건 △2009년 하반기 3548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경매 진행 건수가 274건에 그쳐 최근 2020~2021년 상반기 평균치인 313건을 밑돌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경매가 법원에서 진행되려면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아직 경매 진행 건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매지표는 주택시장과 분위기를 같이하는 경향들이 분명하다"며 "현재 주택 거래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경매에 대한 응찰자 수가 줄고 이로 인해 낙찰률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하락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경매시장 분위기도 한동안 냉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작년 상승장에서는 경매를 신청하면 채무자나 채권자로서 경매보다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는 게 어렵지 않고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며 "최근 하락 장세에서는 매매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매로 처분이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즐거운경매 대표는 "가격은 많이 낮아지지 않았지만 응찰자가 줄면서 경쟁률이 많이 떨어졌다"며 "투자수요와 달리 실수요자들은 LTV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본인 소득 때문에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그리 많지 않고, 대출 금리가 굉장한 부담이어서 매매는 물론 경매시장으로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도 수요자들의 관망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