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낙찰률-낙찰가율, 하락세 뚜렷감정가 이하 물건에만 관심… 한두 차례 유찰은 기본강남권 비롯, 은마-시범-목동 등 재건축 단지도 유찰"고금리에 응찰자도 관망…영끌족 물량 쏟아지면 더 악화"
  • ▲ 자료사진.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아파트 경매 시장에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물건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 유찰이 반복되면서 경매 낙찰률을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매 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6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2년 11월 경매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904건으로, 이 중 624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2.8%로 전월 36.5% 대비 3.7%p 하락하면서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09년 3월 28.1%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가율은 78.6%로 전월 83.6% 대비 5.0%p 하락하면서 2013년 5월 79.8% 이후 처음으로 80% 선이 무너졌다. 평균 응찰자 수는 5.3명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4.2%로 전월 17.8% 대비 3.6%p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또다시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83.6%로 전월 88.6%보다 5.0%p 떨어져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 2.6명보다 0.9명이 증가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 하락세가 뚜렷해진 것은 경매 참여자들이 감정가 수준에서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매물건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감정가를 산정한다. 따라서 현재 경매로 나오는 물건들은 상대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았을 때 감정평가를 받은 셈이다. 하반기 들어 주택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데, 경매 시작가는 높다 보니 유찰을 반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두 차례 유찰되길 기다렸다가 입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 같은 추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유찰될 물건만 찾으면서 입찰 가능 최저가 수준으로 응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낙찰가율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은 떨어지는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경매 시장에서도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다 보니 인기 지역도 1~2회 유찰은 기본이고, 3회차에서도 입지가 좋거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물건만 제한적으로 낙찰된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울의 '재건축 대어' 등 우량주마저 외면받고 있다.

    실제 서초구 방배2차 현대홈타운 115㎡가 감정가 25억2000만원에 나왔지만 두 차례 유찰됐다. 특히 강남의 '똘똘한 한 채'라 불리는 도곡1차 아이파크 84㎡는 감정가 19억8800만원에 경매에 나왔고, 타워팰리스 163㎡도 감정가 40억원에 나왔지만 산다는 사람은 없었다. 서초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60㎡ 또한 30억6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을 피하지 못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여의도 시범, 대치동 은마, 목동 아파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진행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118㎡ 역시 감정가 20억1600만원에 나왔지만, 응찰자는 없었다.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10월 정비사업 추진 23년 만에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 총 28개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시범아파트는 지난달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이 확정됐다. 단지는 이를 통해 1584가구에서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면서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단지의 경우 전용 108㎡가 감정가 19억7000만원에, 전용 71㎡는 감정가 17억2000만원에 나왔지만, 각각 두 차례 유찰됐다.

    시가 최근 목동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통과시키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산다는 사람이 없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매수 심리에 최근 경매물건들의 감정가가 작년 고점을 기준으로 책정되다 보니 지금 낙찰받으면 비싸게 산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하락 일변도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내년까지 경매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경매 수요도 대부분 대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지속하는 한 섣불리 응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로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경매 시장에서도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낙찰률, 낙찰가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의 매물까지 늘어난다면 경매 시장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대치 은마, 여의도 시범 등 재건축 호재가 있는 강남 아파트들도 두 차례 이상 유찰되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장이 얼어붙어 있다"며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새 '영끌'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물건은 시장에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내년에 이자를 감당 못 해 나오는 매물까지 늘어나면 경매 시장의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