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전국 임의경매 개시, 전년比 19% 증가고금리 여파에 집값 급락… 부채가 집값 웃돌아절차 6개월 소요… 내년 상반기까지 물량 증가 전망"물건 적체에 부동산 전반에 하방압력… 악순환 우려"
  • ▲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경매물건이 해소되지 않고 적체되면서 부동산시장 전체를 억누르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또다시 시장을 냉각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임의경매개시결정 등기 신청 부동산은 모두 1만319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022건보다 19.7% 늘어났다.

    6월(2070건) 이후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9월(1924건)을 제외하고 월별 2000건을 웃돌고 있다. 특히 10월에는 2048건까지 증가하면서 2020년 7월 2857건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임의경매란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저당권 등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담보 목적물을 경매로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대출자가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하면 차주의 상환능력과 매물 감정평가를 거쳐 경매 절차를 진행한다.

    소송 등을 통해 이뤄지는 '강제경매'와 달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진행하는 임의경매가 늘어났다는 것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석 달 이상 빚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올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8번 인상하며 지난해 말 1.00%였던 금리는 3.25%까지 2.25%p 올랐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연 4%대 금리였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7%대로 뛰어올랐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부업 대출은 법정 최고 금리(연 20%) 턱밑까지 치솟았다.

    실제 11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280~7.805% 수준으로 상단은 8%에 육박한 상황이다. 은행 자금조달지수를 나타내는 코픽스(COFIX)는 6월 1.98%로, 2%에도 못 미쳤지만 11월에는 3.98%로 5개월 새 두 배나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여전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연말에는 대출금리 상단이 9%, 내년 초에는 10%를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2008년 이후 15년 만에 '대출금리 10% 시대'가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매수심리 위축으로 매매거래 자체가 어려운 데다 집값 급락으로 부채가 집값을 초과하는 주택이 늘면서 임의경매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부담이 가중되면서 내년부터는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는 임의경매가 당장 급증하지 않았지만, 금리 영향에 시차가 있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며 "대출금 연체 기한, 경매 신청에 따른 집행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임의경매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도 "내년까지 경매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만한 지표가 없다"며 "집행 절차에 따른 시차 때문에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임의경매 물건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개 경매물건은 채권자의 경매 신청 5~7개월 후에 매물로 등장한다.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이 올해 10월인 만큼 내년 중반기(4~9월)께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낙찰을 통한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집값 하방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매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물건이 적체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이 같은 요인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다시 부동산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은 역대 최저 낙찰률을 기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62건으로, 이 중 23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14.1%로, 100건 중 14건꼴로 소화된 셈이다. 11월 낙찰률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법원이 휴정한 기간을 제외하면 해당 집계가 시작된 2001년 1월 이후 2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8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낙찰가율은 전월 88.6% 대비 5.0%p 낮아진 83.6%를 기록, 5개월째 하락세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시장도 부진해서 한두 차례 유찰은 기본"이라며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경매시장 부진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경매시장의 침체는 경매시장이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린다는 점에서 내년 집값을 더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경매시장도 수요자들이 신중해지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낮아지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 영향받은 경매시장은 다시 집값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