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소세율 세계 최고 수준… 삼성 12조, 넥슨 6조 등 부과기재부, 상속세 개편 착수… 응능부담의 원칙 등 고려 재계 "상속세 개편시 '가업승계-일자리 창출-투자 활성화' 선순환 기대"
  • "삼성 12조, 넥슨 6조, LG 9215억, 롯데 4500억, 한진 2700억"

    최고 세율 60%에 달하는 상속세로 기업들의 투자, 고용 등을 막았던 우리나라 상속세 체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며 재계에 활력이 돌 전망이다.

    1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의 현행 상속세 제도를 개별 상속인이 물려받은 만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의 입찰을 공고했다. 해당 연구용역의 핵심은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기 위한 세부 방안 마련이다. 기재부는 용역 제안서에서 "응능부담의 원칙, 과세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하여 상속세 제도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산취득세는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각자가 취득하는 재산에 대해서만 과세를 해 세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유산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는데, 이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누진세율 10∼50%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상속분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율도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을 초과한다면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물려받는 주식에 20%를 할증해 상속가액을 산정하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까지 더하면 최고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재계는 이같은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들의 경영의지는 물론이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월 별세한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사진) NXC 이사의 유족은 최근 6조원가량의 상속세를 세무당국에 신고했다.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에서 삼성가 유족들이 낸 12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앞서 2018년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상속인들이 9215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했고, 2020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상속세 4500억원, 2019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상속세 2700억원 순으로 상속세를 많이 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들은 올해부터 연부연납 최장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이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도 12조원의 가량의 상속세액을 5년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연부연납하고 있다.

    재계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 경영이 위축된다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상속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정부의 움직임에 환영하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으로 매년 세금을 내는데, 기업 경영을 통해 축적한 재산에 대해 최대 주주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나 다름 없던 것"이라며 "중소기업 오너 중엔 상속 재산이 늘지 않도록 사업 확장을 꺼리거나, 가업 승계 대신 기업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가업 승계가 어려운 이유로 중소기업의 80%가 '막대한 조세 부담'을 꼽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속세 등 부담으로 인해 기업 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를 매각하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될 경우 지역·국가 경제 차원에서 큰 손실"이라며 "경영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닌 '고용과 기술의 승계'나 '제2의 창업'으로 바라보고 상속세를 개편해야 기업들도 일자리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를 늘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