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위조상품 화장품류 50만점 달해펌핑치약 등 부정 경쟁 행위 금지 소송도 불황 속 생존 전략VS시장 성장 저해
  • ▲ (상)티니올 견미리 팩트 (하)일본 QVC 홈쇼핑 애경 에이지트웨니스 방송 화면
    ▲ (상)티니올 견미리 팩트 (하)일본 QVC 홈쇼핑 애경 에이지트웨니스 방송 화면
    # 직장인 박 모씨는(36) 최근 온라인몰에서 쇼핑을 하다 깜짝 놀랬다. 견미리 팩트를 검색하니 애경산업이 아닌 티니올의 제품이 검색돼서다. 박 모씨는 "제품이 너무나도 닮았다"면서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을 경우 헷갈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에 미투 제품(비슷한 제품) 출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화장품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한 브랜드의 특정 제품이 호응을 얻으면 콘셉트부터 패키지 디테일까지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13일 업계에 따르면 티니올이 지난 9월 견미리 씨와 손잡고 선보인 디 오리지날 크리미스트 팩트가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커버팩트의 브랜드 모델은 물론 콘셉트 등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애경산업이 다년간 견미리 팩트로 제품을 홍보한 점과, 상세 설명으로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을 강조한 점도 닮아있다. 견미리 씨는 2019년 초까지 에이지투웨니스의 모델로 홈쇼핑 방송도 활발히 해왔다.  

    에센스와 파운데이션을 결합한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커버팩트는 지난 2013년 9월 처음 출시한 이후 단일 품목 누적 판매량이 1억5000만개를 넘긴 바 있다.

    티니올 뿐만 아니라 몇년간 미투 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화장품 업체별로 에센스 쿠션팩트가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티니올을 판매 중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견미리 팩트의 상표권이나 특허권은 애경산업이 아닌 견미리 씨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존 제품은 에센스 기반이지만 티니올 제품은 밤 기반으로 업계에선 아예 다른 상품으로 보고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제품이기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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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이처럼 화장품업계의 미투 제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1일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특허청에 적발·압수된 위조상품은 총 867만점으로 화장품류는 50만8634점이었다.

    업체 간의 법적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토리모리를 상대로 1억5000만원 소송을 냈다. LG생활건강은 빌리프 용기에 유효성분 등을 막대기 그래프로 표시하는데 토니모리 닥터오킴스가 이를 따라했다며 2019년 9월 부정 경쟁 행위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생활건강은 2013년 7월 페리오를 시작으로 3개 브랜드에서 6가지 종류의 펌핑치약을 선보였다. 이어 애경산업이 2018년 7월 2080 펌핑치약을 출시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2018년 페리오 펌핑치약을 모방한 2080 펌핑치약은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LG생활건강은 최종 패소했다.

    업계에선 미투 제품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유명 제품의 후광 효과를 통해 보다 쉽게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다 보니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개발 비용과 실패 확률을 줄이고 새로운 소비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면서 "소비자들이이 선호하는 제품을 따라서라도 만드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화장품 제조업체가 급격히 성장한 점도 있다고 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아보니 다수의 브랜드가 같은 공장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비슷한 제품이 늘어나면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하락 나아가 시장 성장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